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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정부 VS 의료계 첨예한 대립

의대생 국시 거부 '철회' 움직임에 교수들도 "기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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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어 카톨릭대·고대 등도 설문통해 의견수렴 나서

의협 등 "학생 피해땐 단체행동"...교수들도 응시기회 요청

정부 강경입장 속 여지 뒀지만..."구제 반대" 국민청원 봇물

2000년 의약분업 때도 시험거부...당시엔 일정 연기해 구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사국가시험(국시) 거부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료인력의 원활한 수급과 사태 수습을 위해 추가 응시 기회를 줘야 할 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한차례 연기했던 시험접수 마감이 지난 6일 마감됐고 8일부터 실시시험이 시작된 만큼 국가시험의 안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추가 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은 “의대생들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대생들이 피해를 본다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어느 정도의 사태수습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9일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의대생들로부터 ‘국가시험에 응시하겠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만약 40개 대학의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와 응시자 대표들이 공식적으로 응시의견을 낸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도 전날 “의대생들이 시험을 보겠다고 밝히면 보건복지부도 구제해주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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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도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 학생회가 전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0% 가량이 ‘국시에 응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고려대·연세대·울산대 의대 등도 설문조사를 통한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들도 학장·대학원장과 보직교수 등이 중심이 돼 학년별 대표 면담, 온라인 대화방 등을 통해 학생 설득에 나섰다. 또 국시 응시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정부와 국민에게 요청하는 성명서도 발표할 계획이다. 김성윤 가톨릭대 의대 학장은 “학생들에게 국시 응시와 학교 복귀를 독려하는 글을 이메일과 SNS 등을 통해 보냈고 학년 대표 등과 면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정택 경희대 의대 학장은 “300여 교수들의 생각을 담은 서신을 오늘 학생들에게 SNS 등을 통해 보냈고 학장과 학년 대표 면담, 단체 대화방 대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설득하고 있다”며 “본과 4학년생은 국시 문제가 얽혀 있어 시일이 촉박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여론은 의대생들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의료계와 정부·여당이 모든 의료정책을 의정합의체에서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전공의 등은 집단휴진을 끝내고 의료현장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게시물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48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추후 구제 또는 특별 재접수라는 방법으로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면 그들은 국가 방역의 절체절명 순간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와 의대생들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매년 3,000명 가량 배출되는 신규 의사 수가 내년에는 300명 가량에 그칠 전망이어서 의료인력 공백이 우려된다.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등은 오지 등에서 의료활동을 펼치는 만큼 의료 사각지대, 지역 의료 격차 등 문제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국시를 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정부의 의약분업 도입을 추진했을 때도 의대생들은 2001년 1월로 예정됐던 국시를 거부했다. 당시 대상자 3,120명 중 265명만이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다행히 2000년 12월 정부와 의료계가 약사법 재개정 문제를 논의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국시 일정은 1월에서 2월로 한 달 가량 미루고 추가 원서를 접수해 정상적으로 치렀다. 다만 이번은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2000년에는 국시가 단 이틀 동안 진행되는 필기시험 뿐이었지만 2010년부터 실기시험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현행 실기시험은 학교별로 날짜와 조별 인원을 정해주면 하루에 2~3개 조가 시험을 치르는 식이다. 채혈이나 촉진 등 실무능력을 현장에서 평가하는 만큼 시험 방식도 복잡하고 소요 시간도 길다. 전날 국시 실기시험 참가자가 6명에 불과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의료계에서는 의대생들이 의사 표현 수단으로 ‘국시 거부’ 카드를 꺼내드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대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지지하면서도 방식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뉘는 분위기다. 전국의대교수협회가 지난 7일 성명서를 내면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복귀를 바란다’고 밝힌 반면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 사태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이때문이다. 권성택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은 “성명서를 낼 때도 막판까지 문구를 넣었다 뺐다 했다”면서 “교수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많이 갈리는데 다만 정부가 학생들을 협박하듯이 이번 사태를 다루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웅재 선임기자·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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