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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장성군수, 계약직원 집에 “노란색으로 칠해라” 갑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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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과민하게 받아들인 듯… 오해다”

세계일보

집 색깔 변경 전과 후. A씨 제공


“시아버지 집인데, 노란색으로 칠하라고 합니다.”

전남 장성군 미래담당관실 디자인 업무를 맡은 직원 A씨는 울먹였다. 디자이너인 A씨는 2018년 10월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계약 연장을 하면 최대 5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계약직 신분이다.

시아버지와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A씨는 지난해 11월 군청 부근에 갈색 스페인식 기와를 얹은 유럽형 주택을 지었다. 이게 화근이었다. A씨는 유두석 장성군수가 군청 전화를 통해 준공 이후 A씨에게 주택의 지붕을 노란색으로 색칠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500만원을 들여 노란색으로 지붕을 칠했다고 했다.

장성군은 건축물 외벽과 시설물에 노란색을 입히고 노란색 정원을 조성하는 등 시가지 곳곳을 노랗게 꾸미는 이른바 엘로우시티 색채마케팅을 주요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유 군수의 요구사항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후 유 군수는 직원을 통해 A씨에게 주택의 처마에도 노란색을 칠하라고 얘기했다. A씨는 100만원을 들여 노란색이 감도는 나무(에메랄드골드)를 구입해 나무 울타리를 조성했다. A씨는 “유군수의 지시를 거절할 수 없어 울타리로 처마 색칠을 대신하려 했다”고 했다.

유 군수는 지난 4월 직원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A씨 주택의 지붕 덧칠과 처마, 노란대문, 노란 창문틀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A씨는 또 장성군이 자격이 되지 않는 자신의 주택을 엘로우시티 경관개선사업 대상에 포함하겠다며 신청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주택 소유자가 남편이라 이 사업 대상 자격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청 직원은 이 사업지원금으로 지붕 붓터치와 노란색으로 칠하라고 주문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유 군수는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여러번 지붕색칠을 말했는데, 이는 직무와 관련없는 사적인 간섭”이라며 “주택 특성상 페인트 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5월 300만원을 들여 노란대문과 노란울타리를 설치했다. 유 군수는 이후 주택의 처마와 지붕의 붓터치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A씨는 이같은 군수의 집요한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 사표를 냈으며, 한 달 만에 수리됐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는 유 군수를 직장 내 갑질 가해자로 지목한 진정이 제기돼 진상조사에 나섰다.

장성군 관계자는 “A씨가 디자인 담당이라 모범을 보이라는 의미에서 (군수가) 지붕색칠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인데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성=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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