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 = 이재명 도시자는 (재난지원금을)30만원씩 50번, 100번 줘도 재정건전성에 우려가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재명 지사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저도 신문 보도상으로 들었지만, 책임 없는 발언입니다.
◇임이자 의원 = 아주 철 없는 이야기죠?
◇홍남기 부총리 =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고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발언이 화근이었다. 홍 부총리는 결과적으로 여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철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여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9.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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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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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홍남기 맹폭'…무슨 일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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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제2차 긴급재난지원금이다. 집권여당의 당권을 확보한 이낙연 대표는 선별지급에 무게를 둔다. 저소득층 위주로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와 대권을 두고 경쟁하는 이 지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지급을 주장한다.
이 지사의 '50번, 100번' 발언은 지난달 28일 나왔다. 이 지사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30만원 정도의 지급은 50번, 100번 해도 서구 선진국의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 지사의 발언을 줄곧 비판했다. 예결위에서 임 의원이 홍 부총리에게 질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까지 야당의 주장에 동조하자 문제가 됐다. "철 없다"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당장 이 지사가 발끈했다. 이 지사는 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통합당이야 그렇다쳐도 정부 책임자인 홍 부총리가 국정동반자인 경기도지사의 언론인터뷰를 확인도 안 한 채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하신 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홍 부총리는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분이니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소신이 있을 법도 하다"면서도 "(홍 부총리의 발언은)참으로 경솔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언행에 신중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 역시 "경제부총리의 생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고뇌가 없다"며 "정말 화급한 상황에 한가하게 국가부채 운운하면서 재난지원금에 완고한 홍 부총리야말로 무대책이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의 '이재명계'로 꼽히는 이규민 의원은 홍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국회 예결위라는 공적 영역에서 '철이 없다'는 인신 공격적인 발언은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며 "설득할 생각을 하지 않고 '책임감이 없다'고 단정한 것도 불쾌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경기도지사가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여러번 지원한다고 언급한 것이 책임 있는 발언은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어떻게 철이 있다,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고 해명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별심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0.8.3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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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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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을 둘러싼 홍 부총리의 입장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는 재난지원금에 계속 신중한 입장이었다. 재난지원금은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추경은 예정돼 있지 않은 지출이다. 재정당국의 수장으로서 추경에 신중한 것은 자연스럽다.
홍 부총리 뿐 아니라 역대 부총리들이 다 그랬다. 부총리 개인의 입장을 넘어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추경 편성에 늘 신중했다. 정치권이 추경 편성을 촉구하면 기재부는 마지 못해 따라갔다.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는 유독 '다른 목소리'를 많이 냈다. 지난 3월 말 1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하는 고위 당정청회의가 열렸는데, 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늘리자는 정치권의 요구에 홍 부총리는 "기록으로라도 반대 의견을 남기겠다"고 밝혔다.
당정청의 한 축인 홍 부총리가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여당 내에서도 당혹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같은 불신 탓에 이 지사를 언급한 홍 부총리의 발언에 반감이 더 많은 것이다.
시계를 더 뒤로 돌리면 현재 여당과 기재부의 오래된 불신도 자리 잡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금의 기재부 관료들과 불편한 관계였다. 기재부의 전신인 재무부(MOF)와 마피아를 합성한 '모피아'를 유독 불신했다.
현재의 기재부 고위 관료는 옛 재무부 출신들을 일컫는 모피아와 옛 경제기획원의 약자를 일컫는 EPB 출신으로 나뉜다. 공교롭게 문재인 정부는 모피아 출신보다 EPB 출신들을 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두 부총리 모두 EPB 출신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첫 부총리였던 김동연 부총리도 당청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갔고, 지금은 야권의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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