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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미 경찰 총격받은 흑인 남성 중태에 시위 격화…“주민다툼을 말렸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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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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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의 비무장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총격을 가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자동차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커노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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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흑인 남성이 중태에 빠진 사건을 계기로 24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했다. 특히 당시 흑인 남성이 비무장 상태에서 총격을 당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진 데다, 그가 주민 다툼을 말리려고 했을 뿐이라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면서 분노 여론에 불을 붙였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인종차별 항의 목소리가 각계각층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CNN·USA 투데이 등이 전한 주민 목격담을 종합하면 지난 23일 오후 5시 무렵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는 마당에서 아이의 생일파티를 하던 중 인근에서 두 명의 여성이 차량이 긁힌 것을 이유로 말다툼을 벌이자 이를 말리려 했다. 이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블레이크를 향해 테이저건을 쐈고, 블레이크가 차량 쪽으로 이동하자 그를 뒤따르면서 최소 7발의 총격을 가했다. 블레이크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주민 스텔라 런던은 워싱턴포스트에 “경찰이 블레이크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블레이크 측 변호인 벤 크럼프도 24일 성명을 내고 “블레이크가 주민 갈등을 해소하려다 경찰의 무책임하고 잔혹함에 목숨을 잃을 번 했다”고 말했다. 크럼프는 블레이크가 총격을 당하는 모습을 그의 세 아들이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사건 개요는 알 수 없지만 블레이크가 총격을 당한 순간을 포착한 영상이 트위터 등으로 퍼져나갔다. 영상 속에서 블레이크는 비무장 상태였다. 이에 분노한 시민 수백명이 커노샤 사건 현장에 모여 경찰에 항의했다. 벽돌과 화염병도 등장했고, 트럭이 불타기도 했다. 위스콘신주는 이날 “중요 기반시설 보호”를 이유로 주방위군을 배치했으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민주당 소속인 에버스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블레이크는 미국이나 우리 주에서 법 집행 요원의 총에 맞은 첫 번째 흑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인종차별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커노샤 경찰노조는 주지사의 발언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위스콘신주 법무부 형사수사과는 영상에 나오는 경찰 2명이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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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인종차별 항의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제이컵 블레이크의 이름을 도로에 쓰고 있다. 맨해튼|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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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약 10만명이 살고 있는 커노샤가 조지 플로이드 이후 미국 인종차별 항의 운동의 새로운 진원지가 됐다고 전했다. 이날 수도 워싱턴과 뉴욕, 미니애폴리스 등에서도 블레이크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블레이크를 위한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도 확산했다. 블레이크 치료비와 변호사 비용, 자녀 지원비 등을 목적으로 온라인 모금은 하루 만에 63만달러(약 7억4700만원)를 넘어섰다. 미 프로풋볼(NFL) 선수인 마이클 토마스는 트위터에 “비무장 흑인 살해를 멈춰라”라고 썼고, 또 다른 NFL 선수 타이런 매튜는 “왜 경찰관 3명이 남성 한 명을 제압하지 못하고 7번이나 총격을 가해야 했을까”라고 썼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딸이자 인권운동가인 버니스 킹은 “날마다 흑인 목숨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잔인하고 냉혹함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또 다른 흑인이 과도한 공권력의 희생자가 됐다는 분노와 슬픔 속에 아침을 맞았다”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총격이 미국의 영혼을 관통했다”며 인종주의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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