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 집중호우 피해 복구에 집중…지역사회 보수 분위기도 영향
현수막에 덮인 일해공원 표지석 |
(합천=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 '일해'(日海)를 따 논란이 된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두고 경남 합천군이 장고에 빠졌다.
19일 군에 따르면 지역사회 내 명칭 변경에 대한 반대 여론에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까지 겹쳐 일해공원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가 뒷순위로 밀렸다.
군은 당분간 수해복구 및 동향 파악에 주안점을 두고 상황을 지켜본 뒤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합천은 누적 강우량만 367㎜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이 유실되면서 농경지 435㏊, 주택 63채가 침수되고 가축 3천340마리가 폐사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봤다.
군은 우선 군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해복구에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해공원 명칭과 관련해 군민 의견을 수렴한 뒤 변경을 검토하기로 하자 이에 반발하는 지역 내 항의도 만만치 않다.
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빠졌다.
최근 합천군유림회는 전두환 흔적 지우기 운동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지역 언론에 광고로 싣기도 했다.
유림회는 성명에서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절은 안보가 튼튼하고 치안은 안정돼 생활하기 편한 등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며 "외부단체와 동조하는 합천인이 있을 시 단호히 배격하겠다"고 주장했다.
일해공원 명칭 변경 촉구 기자회견 |
다른 시민단체나 군민들도 일해공원 명칭을 바꾸면 안 된다며 항의성 전화를 군에 꾸준히 하고 있다.
결국 군은 지역 내 여론이 명칭 변경 찬성과 반대로 분열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진 분들도 상당수에다 수해복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이런 상황을 전체적으로 추스른 뒤 공원 명칭 변경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상황인 만큼 논의가 진전되려면 수개월은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군에서 독단적으로 행정력을 투입하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2004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한 일해공원은 2007년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 '일해'(日海)를 딴 '일해공원'으로 바뀌어 13년째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공원 입구에는 전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졌으며 뒷면에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표지석을 세웁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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