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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지니…도망 못간 소·돼지 사체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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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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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구례 지역 농가 침수로 인해 피해 입은 소의 사체. 침수가 심해지며 소, 돼지 등 가축들을 살리기 위해 우리에서 풀어줬지만 다수의 가축이 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윤병술 농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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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 돼지 사체가 벌판에 산처럼 쌓여 있어."

"올해 여든 되신 어르신도 동네에 물 찬 적은 처음이랴"

‘역대 최장’ 장마로 농경지의 피해가 막심하다. 섬진강댐 방류로 물에 잠겼던 전남 구례 지역에서는 물이 빠지자 미쳐 물난리를 피하지 못한 소의 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농민들은 이번 수해는 ‘인재(人災)’라며 관계기관에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농경지 피해는 이미 밥상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50일 가까이 지속된 장마로 채소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미 일부 채소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


만조로 물 차오르는데 섬진강댐 방류, '인재'...물 빠지자 소 사체 더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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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로 침수된 전남 구례 농가 모습 /사진=윤병술 농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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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이틀간 38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린 구례 지역은 온 동네가 난리다. 421ha(헥타르)의 농경지가 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와 돼지 피해는 약 3650마리에 이른다.

구례에서 22년 간 농사를 지어온 윤병술씨(57)는 "내가 운영하는 3000여평 애호박 '하우스'가 다 물에 잠겼다"며 "소나 돼지 사체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농민 박선조씨(59)는 4년 전부터 준비한 열대작물 농사가 물거품이 될 위기다. 박씨 집이 물에 잠겨 돌아가지도 못하며 수재민센터에서 지내며 복구 작업 중이다.

박씨는 "애호박 1600평, 라임 800평, 파파야 700평 정도의 하우스가 침수됐다"며 "현재 수재민센터에서 지내며 침수된 나무의 흙을 닦아내고 복구하고 있는데 이미 파파야 나무 700그루 중 600그루가 죽은 마당에 어느 정도 복구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피해 농민들은 이번 피해가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윤씨는 "바다에 물이 가득 차는 밀물 시간에 섬진강댐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빠져나가지 못한 강물이 농가로 들이닥친 것"이라며 "한국수자원공사 등에게 배상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냉천리에 있는 우리 농가도 수해를 입었는데 여든 되신 어르신들도 '물이 찬 적은 처음'이라고 하신다"며 "농경지가 하루 반나절 동안 물에 잠겨 수억원이 날아갔다"고 털어놓았다.


'밥상 물가' 들썩, 일부 채소 전년대비 2배 올라...정부 "수급에 만전 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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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피해를 입은 농경지는 구례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2만7466㏊의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유실된 것으로 파악된다. 축구장 3만8500여개의 면적이다.

벌써 일부 채소의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호박(애호박) 도매가격은 20개에 5만618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배나 올랐다. 감자, 오이, 토마토, 상추 등도 도매가가 지난해 대비 40~50% 올랐다.

채소, 과일의 가격 상승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마 영향으로 출하물량이 감소한데다, 출하작업도 부진한 상태다. 일조량이 부족해 침수피해를 입지 않은 농작물도 생육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다. 이미 농민들은 수해 이후 찾아올 병충해를 걱정한다.

이모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일조량 감소, 침수 피해 때문에 공급 등 문제가 생겨 향후 농산물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농민 생계, 기후 대책 관련한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여름철은 장마 외에도 태풍, 폭염 등 기상 변동요인이 많은 만큼, 피해 현황 및 수급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2차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농업인과 소비자의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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