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리인하가 은행 수익성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은행의 실증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금리 변동에 따라 은행 예금·대출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측정했다. 연구결과 이 기간 동안 콜금리가 1%포인트 변동할 때 예금금리는 0.53%포인트, 대출금리는 0.58%포인트 변동해 '순이자마진(NIM, 대출금리변동-예금금리변동)'은 0.05%포인트를 기록했다. 연구를 맡은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0.05%포인트는 시장에서 흔히 예상하는 0.15%포인트에 비해 3분의1에 그치는 수치"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정책금리 변동이 대출금리에 보다 즉각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정책금리가 인하되면 단기대출의 금리가 자동으로 인하되는 반면, 은행이 예금주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예금금리는 즉각 인하할 수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KDI는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소수 은행들이 시장지배력을 활용한 결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유사한 속도로 오르내린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위원은 "예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소수의 은행들 뿐이어서 이들 은행은 정책금리 변동에 따라 예금금리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대출시장에서도 정책금리 변동의 영향이 낮은 장기 대출·고정금리부 대출의 비중을 높여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 연구에 앞서 미국에서 동일한 방식의 연구가 수행됐는데, 미국 역시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50여년의 시계열을 잡고 수행된 미국의 연구결과에서는 기준금리가 16%에 달했던 1980년대와 0%에 수렴하는 현재의 순이자마진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평균적으로는 정책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예금이자는 0.36%포인트, 대출이자는 0.38%포인트 움직여 한국보다도 작은 0.02%포인트의 순이자마진을 기록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같은 연구결과에 근거해 "완화적 통화정책이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통해 금융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며 "최근 저성장 및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요청되고 있는데, 은행 수익성 악화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을 제약요인으로 고려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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