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할을 부동산 중개인에 비유… “인수 도운 재무부에 수수료 내야”
中 IT기업들, 美기업에 잇단 소송… 美中 갈등속 “정부 대리전” 분석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인수에 성공하면 MS는 권리금(key money)을 내야 한다”며 “그들은 (협상에) 30% 정도만 관여했다. 인수 대금 중 일부는 재무부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틱톡을 압박해 MS 인수를 돕고 있으니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이미 대화를 나눴다며 “틱톡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으니 정부가 이 중 일부를 받는 것이 공평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정부 역할을 부동산 중개인에 비유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전례 없고 황당하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은 국제 정치 문제에 있어서 종종 돈의 흐름을 혼동하고 있다”며 권리금은 부동산 거래 시에도 종종 불법적인 관행이라고 우려했다.
틱톡 매각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MS가 중국 공산당의 검열 체계에 부역하며 막대한 돈을 벌었다’고 비판하면서 MS의 틱톡 인수 또한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공산당이 M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MS가 중국 당국의 방화벽 구축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본부를 중국 베이징에서 영국 런던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집권 보수당의 닐 오브라이언 하원의원은 “보리스 존슨 정권이 틱톡의 런던 이전을 허용하기 전 영국 안보에 미칠 위험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실제 이전이 이뤄지면 영미 관계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미국이 날조된 죄명으로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고 경고했다. 관영 환추시보 역시 3, 4일 이틀 연속 미국의 틱톡 압박에 대해 “추악한 미국 드라마”, “미국은 겁쟁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상하이의 인공지능(AI) 기업 즈전(智臻) 네트워크테크놀로지는 3일 현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미국 애플의 음성인식 기술 ‘시리’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즈전 측은 손해배상금 100억 위안(약 1조7000억 원)에 애플이 해당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가 미 통신사 버라이즌, 버라이즌의 공급업체인 시스코, HP 등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기업이 당국과의 교감 속에 미 간판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양국 기업이 정부 대신 일종의 대리전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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