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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ICT 경쟁 ‘으르렁’…한국은 ‘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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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2라운드

[경향신문]

경향신문

그래픽 | 현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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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성장’ 변신 꾀하는 중국
외국 데이터 접속 못하게 견제

“백도어 통해 정보 유출 의심”
미국은 화웨이·틱톡 등 ‘금지령’

이면엔 미래시장 선점 셈법 깔려
중국 장비 써야 하는 국내업체들
양국 압박에 “상황 주시” 곤혹감

미·중 무역분쟁 ‘2라운드’가 정보통신기술(ICT) 패권다툼으로 치러지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 퇴출에 이어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TikTok)’ 퇴출을 예고했고 중국은 홍콩보안법으로 맞서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배경은 미국의 무역적자다. 2017년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304억달러(약 123조원)인 반면 수입액은 5056억달러(약 604조원)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3752억달러(약 448조원)에 달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결국 지난 1월 중국이 미국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낮추는 합의(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1라운드를 끝냈다. 하지만 ICT 패권다툼으로 치러지는 2라운드는 한창이다. 여기엔 신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중국은 2015년 ‘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성장 모델을 IT, 로봇, 항공우주, 신소재, 바이오 등의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 미국이 이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여전하다.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취했던 화웨이·중신통신(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의 미국 내 영업을 사실상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년 5월까지 연장했다. 미국은 이들 업체가 통신장비의 백도어(뒷문)로 미국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기고 있다고 의심한다. ‘정보기관이 국민에게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2017년 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이 의심의 근거다. 하지만 스파이 활동의 명확한 증거는 없다.

같은 논리는 20·30대에게 인기를 끄는 중국업체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앱 틱톡으로 번지고 있다. 이 앱의 미국 사용자는 1억6500만명에 달한다. 지난달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당신의 사생활 정보가 중국 공산당 손아귀에 들어가길 원한다면 그 앱을 내려받으면 된다”며 틱톡 금지를 예고했다. 이어 틱톡과 채팅 앱 ‘위챗’도 금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백악관 관료로부터 나왔다. 결국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곧 금지한다고 밝혔고, 바이트댄스는 틱톡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도 정부에 틱톡 등 중국산 앱 사용 제한을 건의할 방침이다.

반면 틱톡 측은 “근거 없는 우려”라는 입장이다.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는 미국에 저장되고, 그 백업서버는 중국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싱가포르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압박할 경우 데이터를 내줄 것이란 불안감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역시 틱톡이 스파이 활동에 사용됐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중국은 홍콩보안법을 무기로 공세를 폈다. 이 법에는 홍콩의 인터넷을 중국 내 방화벽으로 이동시켜 웹을 검열하고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 전송을 거부하면 회사 관리자를 체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에선 인터넷 감시시스템 ‘만리방화벽’에 막혀 영·미·대만 언론과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 접속하지 못한다. 홍콩에서도 미국의 인터넷 기업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미국 인터넷 기업은 홍콩에 둔 아시아·태평양사무소나 데이터센터를 인근 국가로 옮기고 있다. 네이버도 지난달 초 국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백업 데이터센터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다.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로 ‘데이터 안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본사가 중국에 있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에 공공의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데이터를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그사이 미국은 반중국 전선을 공고히 했다. 영국은 전체 5세대(5G) 통신망의 35% 내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허가했던 기존 방침을 뒤집고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2027년까지 기존에 설치된 화웨이 장비도 걷어내기로 했다.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인 텔레콤이탈리아는 화웨이의 5G 장비를 쓰지 않기로 했고 프랑스도 자국의 통신사에 화웨이 장비 사용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불똥은 국내 업체로 튀었다. 지난달 21일 미 국무부 관료는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에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를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기업 활동은 기업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LG유플러스가 당장 화웨이 장비를 걷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5G 장비 중 30%가량을 화웨이 제품으로 쓰고 있으며 이를 걷어내려면 이와 연동되는 화웨이의 LTE(4G) 장비까지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비 교체에는 수천억원이 들고 이 과정에서 통신두절이 나타날 수도 있다. 더구나 화웨이 장비는 에릭슨·노키아 등 다른 업체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도 30%가량 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당 발언은 보안 문제가 아니라 미·중 갈등과 트럼프 대통령 대선 전략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해한다”며 “우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국내 업체가 유탄을 받는 사례가 앞으로 더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자율주행, 5G 등 기술 패권 다툼은 관세전쟁보다 길게 진행될 수 있다”며 “상황별 대응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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