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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살아 돌아오기만 빌었는데..” 가평 펜션 일가족 모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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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펜션 주인과 딸, 손주 숨진채 발견
실종 직원 1명,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결론
소방청 대변인 "모든 수사 종료" 입장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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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가평 산유리 한 펜션 건물이 산사태로 무너져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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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좋은 가족들이었어요. 제발 살아서만 돌아와 달라고 빌었는데....”

3일 오후 경기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 펜션 매몰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펜션 주인과 그의 딸이 끝내 시신으로 발견되자 이웃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사고가 난 펜션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해 말 작은 펜션 건물 하나를 새로 짓고 올해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그 건물이 흙더미에 무너져 내린 것 같다”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던 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찾은 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돼 있었다. 펜션 건물은 밀려든 토사에 깔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고, 건물 앞에 주차된 차량 4대도 토사에 파묻혔다. 산에서 쓸려 내려온 흙더미와 돌멩이들이 펜션을 넘어 건물 앞 도로까지 뒤덮었다. 이날에만 시간당 80㎜가 쏟아지는 등 물폭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일어난 토사 유출의 여파로 70대 펜션 주인과 그의 30대 딸과 2살짜리 손자, 직원 등 4명이 흙더미에 매몰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매몰 현장에서 구조 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되자, 주민들은 구조대원의 움직임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주민은 “이곳에서 장사한지 12년 만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처음”이라며 “이웃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나왔다”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또 다른 주민은 “이틀 연속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산세가 가파른 마을 곳곳에 붕괴 위험이 감지됐는데, 관계당국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원망의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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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산사태가 발생한 가평 산유리의 매몰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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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고가 난 펜션으로 향하는 가평읍 상지로 고갯길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토사와 뿌리 뽑힌 나무가 곳곳에 쌓여 도로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매몰 현장의 구조작업이 늦어진 이유로도 꼽힌다. 사고 접수 후 구조대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도로 곳곳에 엄청난 양의 토사가 쌓여 이를 치우면서 진입하느라 수색작업이 늦어졌다. 일부 대원은 성인 무릎 높이까지 쌓인 토사를 헤치며 진입해야 했다.

오후 3시와 5시쯤 매몰된 현장에서 여성 2명이 구조됐으나 모두 숨진 뒤였다. 발견된 여성은 70대의 펜션 주인과 30대인 딸로 파악됐다. 2살배기 손주도 숨진채 발견됐다. 다만 이들과 함께 매몰돼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직원 1명은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늦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3명 이외 추가 매몰자로 추정됐던 직원은 사고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최종 상황을 종료한다"며 "내일(4일) 추가 수사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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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산사태가 발생한 가평 산유리의 매몰현장에서 소방대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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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평에선 이날 매몰된 펜션 이외에도 하천리의 한 산장호텔에도 토사가 쏟아져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청평면 대성리 계곡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로 1명이 급류에 떠내려가 119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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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사고 펜션으로 가는 도로가 토사가 쌓여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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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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