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핵심 재료인 원유 기본가격이 내년 8월 1일부로 21원 인상된다. 원칙대로라면 당장 다음달부터 조정돼야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을 고려해 시행일을 1년 유예키로 했다. 업계에선 원유가격이 당분간 동결됨에 따라 우유 소비자가격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체 재료값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로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내년엔 우유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표결없이 전원 동의 하에 원유 기본가격을 내년 8월 1일부터 ℓ당 21원 올리기로 확정했다. 현재 원유가격은 ℓ당 926원이다.
원유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범위 내에서 정해진다. 전년대비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미만이면 2년마다 협상이 이뤄진다. 지난해엔 2018년 우유 생산비가 2017년보다 1.1% 증가한 데 그쳐 협상 테이블이 열리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우유 ℓ당 생산비는 2017년(766.73원) 대비 23.33원 증가한 790.06원이다. 원유 기본가격 산출법에 따라 올해 인상 범위는 증가분의 ±10%인 ℓ당 21~26원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협상 범위 내 중간값으로 인상폭이 책정됐지만 올해는 24원이 아닌 21원으로 합의됐다"며 "코로나19 등의 변수로 우유 소비가 줄어든 점을 낙농가 측에서 어느 정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원유가격이 1년간 동결됨에 따라 우유 소비자가격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제품 원가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안팎으로 매우 높아 내년 하반기에는 소비자가격 인상도 뒤따를 전망이다.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통상 원유가격이 오르면 한두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격도 상향 조정됐다"며 "우유는 적자 사업이기 때문에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손실을 그나마 덜 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원유가격 연동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 연동제는 구제역 파동으로 어려워진 낙농가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만든 제도다. 시장 수급상황이나 대외변수와는 무관하게 우유 생산비만 고려해 원유가격을 조정하고 있어 유가공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원유가격 연동제로 최근 7년간 우유 소비자가격은 10%이상 올랐고(업계 1위 서울우유 기준) 유가공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낙농가는 연평균 25%의 안정적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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