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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트럼프 연방요원 투입에... 反인종차별 시위 다시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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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이어 시애틀에도 연방요원 투입
과잉진압 반발 격화, 텍사스선 총격 사망도
"트럼프, 대선 겨냥 '법ㆍ질서 수호자' 의도
'민주당=범죄 취약' 이미지 덧씌우는 전략"
한국일보

26일 이른 오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노란 옷을 입은 '엄마'들의 호위 속에 시위대가 밤샘 집회를 연 가운데 경찰은 이들을 '폭도'로 규정했다. 포틀랜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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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두 달째 이어져온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주말을 경과하며 곳곳에서 다시 폭력시위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초반과는 달리 공권력의 과잉진압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지방정부들이 연방정부에 반기를 드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27일 "시애틀과 오클랜드 등 주요 대도시들에서 주말인 25~26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폭력사태로 치달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州) 시애틀에선 시위대 5,000여명이 돌과 유리병 등을 집어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연방요원의 과잉진압이 논란이 된 상황에서 시애틀에도 연방요원 투입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시위대가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들을 '폭도'로 규정한 현지 경찰은 폭행ㆍ방화ㆍ공무방해 등의 혐의로 최소 47명을 체포했다.

이번 소요 사태의 진원이 된 포틀랜드에선 수천명이 시위를 벌이던 중 일부 참가자들이 연방법원 건물을 둘러싼 바리케이드를 침범했고, 이에 연방요원들이 최루가스를 발포하며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등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밤늦게까지 대치하면서 폭력 양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총격 사건으로 시위대 1명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몇 주간 평화롭게 진행되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다시 폭력으로 얼룩진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요원 투입 명령이 우선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연방정부의 건물과 동상을 보호하겠다며 연방기관에 인력 파견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인구 60만명의 소도시 포틀랜드를 연방요원 첫 투입지로 삼은 것을 두고는 '정략'이란 비판이 거세다. 1980년 이후 줄곧 민주당 시장을 배출해낸 포틀랜드에 특수전 훈련을 받은 연방요원 2,000여명을 투입했다는 점에서다. 대선을 100일 가량 앞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열세를 뒤집을 대선 의제로 '법과 질서의 대통령'을 내세우면서 민주당 거점 지역에서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뉴욕ㆍ시카고ㆍ필라델피아ㆍ디트로이트ㆍ볼티모어 등으로 연방요원 투입 지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방침이 전해지면서 실제 '공화당 연방정부 대 민주당 지방정부' 간 대립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양극화와 분열의 메시지는 지지층 결집을 통해 대선 판세를 뒤집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전국 여론조사는 물론 경합주에서도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은 침묵하는 트럼프 지지층 '샤이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독재정권의 관행"이라는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연방요원 투입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대선까지 100여일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 범죄에 취약한 이미지를 덧씌우고 자신을 '법과 질서'를 제대로 세울 후보로 포지셔닝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히 UC버클리대 교수는 "공중보건에선 전혀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 트럼프가 미국인을 공격하는 데 있어선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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