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EU 미래관계 협상 간극 여전…"합의까지 거리 멀어"

공정경쟁환경·영국 수역 접근권 놓고 여전히 입장 팽팽

유럽사법재판소 역할·교통·안보 협력 등서는 일부 진전

영국, EU 탈퇴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에서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BBC 방송,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양측 협상대표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총리 유럽보좌관과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런던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프로스트 보좌관은 협상 후 발표한 성명에서 "불행하게도 7월에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입장차가 가장 컸던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과 영국 수역에 관한 접근권이 여전히 가장 어려운 분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 전환기간 종료 때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을 정부가 인식한 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스트 보좌관은 다만 이번 협상에서 전환기간 이후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역할 제한 등과 관련한 영국의 요구에 대해 EU가 실용적인 접근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교통과 안보 협력, EU 프로그램 참여, 상대방 법 집행에 대한 제한 등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로스트 보좌관은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 우리가 해낸 것들을 토대로 평가해보면 여전히 9월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를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상 상대방인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양측이 여전히 합의와는 거리가 먼 상태에 있으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우려했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경쟁 관련 규칙 및 수역에 관한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지금 시점에서 합의는 이뤄질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여름 휴가 기간을 보내고 오는 8월 17일부터 다시 공식 협상을 재개한다.

다만 그 이전에도 비공식 물밑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다음 주 런던에 EU 협상팀이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영국은 지난 1월 31일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단행했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올해 말까지로 설정한 전환기간 내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만약 양측이 전환기간이 끝나는 연말까지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미 브렉시트를 단행한 상황인 만큼 엄밀히 말하면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는 아니지만, 사실상 '노 딜'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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