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보고 크게놀기]코로나19 대응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유입, 집값 상승 초래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엄청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 전환이 본격화되고 바이오주가 각광을 받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일어났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유동성이 가져 올 변화 역시 크다.
◇사상 초유의 광의통화(M2) 증가 속도
유동성 증가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에서 금리인하 형태로 먼저 시작됐다. 지난 3월 미 연준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1.50~1.75%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제로금리 수준인 0~0.25%까지 낮췄다.
그리고 3월 15일 미 연준은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무제한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실행한다고 발표했으며 곧이어 개별 회사채까지 매입하면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급작스런 광의통화(M2) 증가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에 만기 2년 미만의 정기예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건(RP), 금융채 등을 더해서 구한 시중 통화량이다.
지난 2월말 15조5080억 달러 수준이던 미국의 M2는 6월 말 18조4240억 달러로 약 4개월 동안 약 2조9000억 달러 증가했다. 4개월의 짧은 기간에 미국 통화량이 19% 증가한 건 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증가 속도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조3500억 유로를 투입해 내년 6월까지 유럽 각국의 국채와 회사채를 매입하는 팬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PEPP)를 진행하는 등 유동성 증가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과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보다는 느리지만, M2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M2는 지난 2월 말 2958조원(말일 잔액 기준)에서 5월 말 3055조원으로 약 97조원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9.9%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7~8% 수준이던 증가속도가 10%에 근접할 정도로 빨라졌으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자본 계정이 미개방된 상태라 글로벌 유동성으로부터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6.8%까지 급락하자 경기부양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M2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중국 M2는 지난 2월 말 203조800억 위안에서 6월 말 213조4900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중국은 고속성장 구간에서 매년 M2가 두 자릿수 속도로 빠르게 증가했고 최근에는 M2 증가속도를 7~8%대로 낮춘 바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3월 M2 증가속도가 10.1%를 기록했고 6월에는 증가속도가 11.1%까지 더 빨라졌다.
◇경제 성장률 하락해도 부동산 가격은 상승
재밌는 건 M2 증가로 인해 각 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4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집이 이긴다’(The house win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상승하는 미국 주택시장을 다뤘다.
GDP 감소와 높은 실업률에도 지난 5월 미국 주택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4.3% 상승했으며 이는 미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뿐 아니라 완화적 통화정책과도 관계가 깊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들어 30년 모기지 금리가 약 0.5%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인 3%에 근접했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았다.
중국 역시 올해들어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70개 중대형 도시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전월 대비 주택가격이 상승한 도시가 61개 도시에 달한다. 특히 선전은 전월 대비 주택가격이 1.9%나 상승하면서 70개 도시 중 1위를 기록했다. 선전시는 지난 15일 부동산 시장 규제를 위해 구매 및 대출 제한 정책을 발표한 상태다.
한국 부동산 가격 역시 상승세를 지속하자, 정부는 서둘러 6·17대책을 내놓았고 한 달도 안 돼 다시 7·10 대책을 내놓는 등 부동산 규제책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수요·공급, 투자자들의 기대심리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유동성 국면에서 부동산의 지나친 가격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공급확대까지 고려한 복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zorba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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