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선수 지난해 직접 쓴 '다이어리' 첫 공개
최 선수 父 '최숙현법' 제정 호소
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인정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의 김도환(왼쪽) 선수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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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3종 경기 유망주 故 최숙현 선수 사건의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하지만 핵심 가해자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맹탕 청문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도종환)는 22일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주낙영 경주시장, 박찬영 경주경찰서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씨, 주장 장윤정 선수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연락이 두절돼 모두 나오지 않았다.
국회가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지만 이들이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출석이 무산됐고, 국회는 국회 증언감정법 제13조에 의거해 추후 조치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핵심 가해자가 빠진 가운데 이날 청문회에서는 최숙현 선수가 2019년 사용했던 다이어리가 처음 공개됐다. 다이어리에는 최 선수가 직접 쓴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 원수는 두 명 이상인데, 장윤정 김규봉 이광훈 김정기 김○○ 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김정기는 폭행을 목격했다고 뒤늦게 자백한 김도환 선수의 개명 전 이름이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현재까지 밝혀진 가해자 외에 추가 가해자가 더 드러난 만큼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인정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의 김도환(왼쪽) 선수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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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관계기관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선수가 지난 2월 6일 경주시에 민원을 접수한 뒤 무려 다섯 개 기관에 진정을 냈지만 모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상직·김승원 의원은 "경주시장이 체육회장으로 있을 때 폭력실태 설문조사를 했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고, 최 선수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조사가 늦어지면서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책임론을 추궁했다.
이에 주낙영 경주시장은 "팀 전지훈련 당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항공편 확보가 어려워 귀국 일정이 지연됐고,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유일하게 청문회에 참석한 김도환 선수는 자신도 김규봉 감독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김도환 선수는 "김규봉 감독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한 뒤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았다’며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적이 있다"면서 "담배를 피다 걸려서 야구 방망이로 맞은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숙현이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달라"면서 "앞으로 더 이상은 억울하게 당하는 운동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최숙현법'을 꼭 입법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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