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충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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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이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또 한 번 요동쳤다.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보존'으로 가닥이 잡히긴 했지만, 당정청 간 엇박자로 국민 혼란이 가중되고 시장이 반응하면서 이슈로 급부상했다. 부동산 급등세가 지속되는 한 그린벨트는 수도권 개발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혼란 커지자 문 대통령이 정리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해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그린벨트와 관련해 '미래 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나가기로 결정'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그린벨트 해제 검토' 입장을 밝힌 이후 여권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놓고 다른 목소리가 나왔고, 이는 부동산 정책 혼선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권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그린벨트 해제 신중론과 반대론이 제기됐고, 정 총리 역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이 '그린벨트 보존'을 결정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더라도 부동산 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다양한 국공립 시설 용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하라는 것이다.
집값 뛸 때마다 해제 주장 나와
그린벨트는 1971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에도 급속한 발전으로 도시가 무분별하게 팽창하며 교통, 주거, 환경 등이 악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도시 환경 보존이라는 효과는 탁월했다. 50년간 역할과 위상도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권 집값이 들썩일 때마다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의 경우 그린벨트 면적은 149㎢로 서울 전체 면적(605.2㎢)의 약 25%다. 이 면적을 가지고 2년 전인 2018년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샅바싸움을 했다. 국토교통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서울시는 "그린벨트는 최후의 녹지이며, 오히려 다른 투기를 부를 수 있다"고 맞섰다.
정부와 서울시는 최근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30만㎡ 이하 규모의 그린벨트 지정·해제 권한은 2016년 광역시장·도지사에게 이양했지만, 공공주택 건설 등을 위해선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풀 수 있다. 결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7일간 우왕좌왕, 결론은 '제자리'
그린벨트 해제 설왕설래의 시작점은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홍 부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에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같이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호응하는 메시지가 다음날 당에서도 나왔다. 부동산 당정협의가 끝난 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무부처인 국토부가 반박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15일 오전 라디오방송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 차원에서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와도 이 부분에 대한 협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박 차관은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회의'에서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어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것(그린벨트 해제)은 정부가 이미 당정 간에 의견을 정리했다"며 해제로 가닥이 잡혔다는 의미로 말했다.
9부 능선을 넘은 것 같던 그린벨트 해제에 제동을 건 것도 '여권'이었다.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이 신중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18일 그린벨트 해제 반대론에 가세했다.
불확실성에 휘둘리는 사이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그린벨트 해제 후보 지역으로 꼽히는 곳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 조짐을 보였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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