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기 포천시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시설에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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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정면충돌했다. 내년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논란을 두고서다.
이낙연 의원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무공천 논란에 대한 질문에 “지금부터 논란을 당내에서 벌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연말쯤”이라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다음의 문제, 뒤에 오는 문제인데 먼저 끄집어내서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현시점에 주장이 오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취지였다. 이 의원은 “그걸 몇 개월 끄집어 당겨서 미리 싸움부터 하는 것이 왜 필요할까"라고도 말했다.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당내에선 곧바로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무공천 주장을 펼친 것은 이재명 지사가 처음이었다.
이 지사는 “말도 아니고 규정으로, 무슨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지 않았느냐”며 성문화된 당헌은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그러면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했다.
이낙연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흙수저 대 엘리트"라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이 의원은 “저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며 “제가 서울대학 나온 것을 그렇게(엘리트) 말씀하신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서 뭐라 하겠냐. 그것 갖고 논쟁한다는 게 국민 눈에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충돌은 최근 양강구도로 바뀌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7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의원은 23.3%, 이재명 경기지사는 18.7%로 집계됐다. 두 사람의 격차는 4.6%포인트로, 리얼미터 조사에선 4·15 총선 이후 처음 오차범위(±3.1%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의원의 이날 발언은 당 대표 당선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낙연 의원은 발언의 상황과 자격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며 “광역단체장이 외곽에서 중앙당을 흔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기존 당 지도부와의 소통에 대해 “제가 직책에 있지 않은 사람으로서 지도부보다 먼저 나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지도부에 늘 이게 필요할 것 같다는 건의를 드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의원은 이날 ‘행정수도 일괄 이전’에 대해 “정치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그것을 해결해 가는 방법이 없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구상에 힘을 실은 셈이다. 이 의원은 “예를 들면 여야가 합의를 한다든가 또는 특별법을 만든다든가 이런 방식으로 한다면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이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2004년)에 대해서도 “세월도 많이 흘렀다”면서 “헌법재판소에 다시 의견을 묻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즉시 개헌 논의를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국난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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