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위헌판결로 무산
金 "靑·정부부처 모두 이전해야"
세종시 국회 분원 진행중인데
與 내부서도 "논의 없어" 부정적
21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시작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21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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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든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이뤄져야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밝힌 김 원내대표는 부동산 이슈와 행정수도 이전 명분을 결합시켰다. 김 원내대표의 이같은 논리에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단 거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과거 참여정부 이후 16년 만에 행정수도 이슈에 다시 불을 붙이면서 정치권은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행정수도 추진을 위해선 개헌이 불가피한데다 다음 대선이 2년도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에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어려운 점도 있다.
金 ‘세종시 이전’ 다시 꺼내
김 원내대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일자리와 주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균형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과거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한 신행정수도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무산됐던 것을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집권여당 원내 수장이 다시 화두를 던진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서울·수도권에선 수십년 동안 돈을 모아도 집을 살 수가 없다"며 서울 집값 잡기의 명분으로 청와대를 포함한 전 부처 세종시 이전을 강조했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논의가 국회에서도 진행되는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구체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도 주목을 끌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부동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세종시 문제를 일부러 언급한 측면도 있다고 보고있다. '수도권 집중이 심해져 답은 행정수도 이전이다'라는 논리로 김 원내대표가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다만 악화된 부동산 민심의 책임을 세종시 이전으로 환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김 원내대표가 추후 어떤 행동에 나설지에 이목이 쏠린다.
부동산 투기 근절을 강조한 김 원내대표는 "주거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실거주 1주택 외 다주택은 매매, 취득, 보유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초과이익은 환수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부담을 강화하는 데 이어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를 언급한 김 원내대표는 "다주택과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은 7월 국회에서 이에 관한 입법을 완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與 "당장 文정부에서 실현 어렵다"
김 원내대표의 전 부처 세종시 이전 제안을 놓고 당장 여당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가 급해 예산 편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런데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한 전 부처 이전에 대해 당 차원에서 최근에도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전 부처 이전은 개헌 문제가 끼어있어 실현하기 쉽지 않다"며 "내후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1~2년 내에 이뤄질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로 가면서 미래 권력이라 할 잠룡들의 입장도 중요하다. 다만 여당 잠룡들이 모두 찬성해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중진 의원은 "분원 논의는 해볼 만하다"면서도 "청와대, 국회, 전 부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서울의 경쟁력을 깎아 먹으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다.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반기 경기 악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수도이전이란 이슈를 추진할 경우, 동력 확보도 쉽지 않다.
야당의 반발도 넘어야 할 과제다. 비록 176석의 거대 여당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전이 되지 못한 문제로 책임을 돌린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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