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수술은 대부분 전신마취
심장·뇌 타격, 신경 손상 위험
무릎관절염은 수술 효과 작아
관절 내시경 수술은 약물·운동 등 보존적 치료 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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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내시경 수술의 득실
치료 내시경은 외과 수술의 꽃이다. 피부에 작은 구멍을 뚫고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삽입해 손상 부위를 치료한다. 전통적인 절개술보다 조직 손상이 적고 회복이 빨라 고령층·만성질환자는 물론 외모에 민감한 젊은 층까지 두루 선호한다. 특히 어깨·무릎·발목 등 관절 질환은 수술 방식·재료가 발전하면서 내시경이 칼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관절 내시경 수술도 절개술처럼 조직 손상과 이로 인한 감염·후유증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홍성엽 교수는 “어떤 수술도 안전성과 효과를 100% 장담할 수는 없다”며 “관절 내시경 수술도 질환 단계나 증상에 따라 득과 실을 충분히 따져본 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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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약물·체외충격파로 어깨 치료
어깨 질환 중에는 오십견(동결건)과 석회화 건염에 내시경 수술이 활발히 적용된다. 관절 내시경을 활용해 각각 오그라든 관절막을 잘라내고 힘줄(회전근개)에 낀 석회를 제거해 병을 치료한다. 날개병원 김형석(정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어깨 질환의 내시경 수술 효과는 절제술에 버금간다”며 “환자 부담이 적은 만큼 인공관절, 뼈 이식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술이 내시경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단, 관절 내시경 수술도 성급한 결정은 금물이다. 이유는 첫째, 전신마취로 인해 심장·뇌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내시경 수술을 하려면 공간 확보를 위해 어깨를 바깥쪽으로 당긴 뒤 장시간 고정해야 한다. 부분마취로는 자세 유지가 어려워 대부분 전신마취를 하는데, 이로 인해 장기 손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신경 손상이다. 수술을 위해 오랜 시간 어깨를 당기다 보면 신경이 압박돼 저림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3개월쯤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지만 그동안 환자는 일상생활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김 원장은 “오십견과 석회화 건염 환자의 80~90%가량은 약물·스트레칭, 체외충격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며 “통증이 있더라도 3개월 이상 꾸준히 보존적 치료를 실천해본 후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무릎 연골이 닳아 염증·통증을 일으키는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내시경 수술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김모(61·여)씨는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뼈 사이에 쿠션 역할을 하는 연골(반월상 연골판)이 닳아 찢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의사로부터 “거친 연골을 다듬어야 퇴행성 관절염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관절 내시경으로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해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약·주사로 버티던 김씨는 결국 이른 나이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부분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무릎 연골 손상은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이 아닌 ‘결과’에 가깝다. 관절 내시경 수술로 연골을 손봐도 인대·근육 등 주변 조직이 약한 상태라면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막기 어렵다. 통증 감소 효과도 일시적이다. 실제로 미국·영국 등 9개국이 참여한 글로벌 연구(영국 의학저널, 2017)결과, 무릎관절 내시경 수술을 받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운동·약물과 같은 보존적 치료를 받은 환자와 비교해 장기적으로 무릎 통증, 기능 개선 등에 큰 차이가 없었다. 홍 교수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찢어진 연골이 관절 사이에 낀 것으로 내시경을 통해 이를 제거해야 한다”면서도 “무릎이 쑤시고, 걷기 어려운 일반적인 퇴행성 관절염은 꾸준한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목 관절 내시경 수술은 주로 늘어나거나 파열된 인대를 조이고 꿰맬 때 적용된다. 발목을 접질리는 염좌가 반복되면 인대가 약해져 ‘만성 발목 불안정증’으로 악화한다. 이 경우 일상생활의 불편함이나 인대 손상 범위, 관절염 진행 가능성 등을 따져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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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자주 접질릴 땐 힘줄 강화 운동을
바꿔 말하면 발목 염좌는 수술이 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일주일에 1회 이상 발목을 다치는 경우 만성 발목 불안정증을 의심할 수 있지만, 이때도 인대를 대신해 힘줄(비골건)을 강화하는 재활운동을 해보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 교수는 “발목 인대는 한번 늘어나면 복구가 어렵다”며 “가벼운 염좌라도 보호대를 착용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등 추가 손상을 예방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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