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루이스 미 하원의원
20대부터 루서 킹 목사와 함께 투쟁
오바마, 대통령 당선 때 “당신 덕분”
트럼프, 별세 당일 침묵…골프 즐겨
1965년 2월 미국 앨라바마주 셀마의 흑인차별 철폐 시위 선봉에 선 존 루이스(오른쪽 첫째).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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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80세.
17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오늘, 미국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중 한 명을 잃었다. 루이스 의원은 미국 하원의 양심이자 선함과 믿음, 용맹함을 통해 우리나라를 변화시킨 시민운동의 거물이었다”고 밝혔다.
루이스 의원은 ‘흑인 차별법’으로 알려진 짐 크로우법을 철폐하고 흑인 투표권 쟁취를 위해 싸운 대표적 흑인 인권 운동가다. 1963년 8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다”고 연설한 워싱턴 행진 때, 스물셋 최연소 나이로 연단에 올랐다. 1965년 3월에는 흑인 투표권법 제정에 결정적 계기가 된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주도했다.
1981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986년 주 하원의원이 됐고, 이후 20여년간 의회에서 활동했다.
2015년 3월 7일 셀마에서 열린 ‘셀마-몽고메리 행진’ 50주년 기념식에서 존 루이스 의원이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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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 당시 루이스 의원에게 “당신 덕분입니다. 존”이라는 기념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2011년엔 미국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자유 훈장’도 수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추모의 글에서 “나는 존을 로스쿨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그가 내 영웅 중 한 명이라고 했다. 몇 년 뒤 내가 상원의원이 됐을 때 나는 내가 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거라고 했고, 대통령 취임 선서 전 나는 그를 끌어안고 ‘내가 여기 있는 건 당신이 한 모든 희생 덕분’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는 항상 지혜를 주고 용기를 북돋워 줬다. 그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이스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껄끄러웠다. 트럼프를 향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만 하고 행동은 없다”며 루이스를 공격했다. 그래서인지 루이스 의원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각계각층에서 애도 메시지가 쏟아져 나올 때,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를 치면서 침묵했다. 하루 뒤인 18일 오후가 돼서야 “민권 영웅 존 루이스의 별세 소식에 슬픔에 잠겼다. 멜라니아와 나는 그와 그의 가족에게 우리의 기도를 보낸다”는 트윗을 올렸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별세한)온종일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화당 소속 일부 의원이 루이스 의원이 아닌 또 다른 흑인 의원의 사진을 잘못 올리고 애도하자, ‘유색인종을 하찮게 여기는 인종차별적 관습이 무심결에 드러난 사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WP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주)와 댄 설리번(알래스카주)은 전날 트위터에 추모글을 올렸다. 루비오는 “루이스와 함께 미 의회에서 봉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설리번은 “짧았지만, 루이스와 함께 일한 영광의 시간”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생전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렸는데, 루이스가 아닌, 고(故)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이었다. 커밍스 의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인물로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다.
루비오 의원은 20분 만에 사과하고, 사진을 2017년 루이스 의원과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다. 설리번 의원은 사과 없이 사진만 삭제했다.
이민정·이병준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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