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중위값 9억 원대…文 정부 들어 평균 3억 원 폭등
"집값 내리겠다" 밝힌 정당 없어…與 '수요억제'‧野 '공급확대' 골몰
문재인 "투기억제와 집값 안정"‧김종인 "현상유지가 목표"
유주택자 표심 눈치 보기…수도권 자가보유율 54% 육박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부동산,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진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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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부동산 대란'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의 의원의 발언이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지난 17일 새벽 MBC '100분 토론'이 끝난 후 '집값이 안 떨어질 것'이라는 진 의원이 발언이 공개되면서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 출범 후 3년 만에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52%(경실련 발표)나 올랐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부동산 문제'를 잡는 쪽이 '민심'을 잡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대 관건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여야 어느 곳에서도 부동산 하향 정책, 딱 부러지게 '집값을 내리겠다'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 이유를 [딥뉴스]에서 알아봤다.
◇끓는 민심에 기름 부은 진성준…발언 취지 놓고 공방전도
진 의원의 발언은 그야말로 '불난 데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부동산 투기 억제' 의지를 밝힌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 여당 의원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6억 634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9억1998만 원에 달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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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의원 지난 16일부터 17일 새벽까지 진행된 100분 토론 직후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미래통합당 김현아 비상대책위원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 부분이 유튜브를 통해 방송됐다.
김 위원이 먼저 "(집값이) 떨어지는 게 국가경제에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그렇게 막 떨어뜨릴 수 없다"고 하자, 이에 진 의원은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질 것이다. 부동산, 이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라고 답했다.
토론 내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강조했던 진 의원의 주장과 달리,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쓰더라도 집값 하락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진 의원은 지난 1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당시 발언을 재차 해명했다. 그는 "집값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의 정책은 아니라는 취지였다"며 "무주택 서민들이 집을 장만하는 데 좋은 조건을 만드는 게 문재인 정부의 정책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목표가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 전후 형성됐던 부동산 가격으로 되돌리는 것이냐는 질문엔 "취임 초 수준이라고까지 목표지점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아파트 중위값 9억 2000만 원‧연봉 중위값 3000만 원…한푼 안 써도 '30년' 걸려
현 정부 취임 이후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문제가 최대 폭발력을 지닌 이슈로 부상한 데는 이유가 있다.
KB국민은행의 리브온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9억1998만원에 달했다. 중위값은 1부터 100까지 각 가격을 나열했을 경우, 정확히 중간지점인 50에 해당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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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6억 634만 원에 불과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 4월까지 51.7%가 오른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국민은행의 통계가 과잉해석 됐다며 현 정부 출범 후 14.2% 올랐다고 반박했다. 이에 경실련은 통계 근거를 제시하라며 국토부에 공개 토론을 제안한 상태다.
정치권을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는 폭등(暴騰)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8년 임금 근로자 연봉 분석'에 따르면 근로자의 연봉의 중위값은 2864만 원에 불과했다. 이후 2년 간 임금 상승률을 적용해도 3000만 원 안팎인 셈이다.
중위값에 해당하는 서울 아파트가 지금부터 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중위값 연봉을 받는 근로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30년 이상 돈을 모았을 때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모 등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없이 노동 시장에 뛰어든 중위값 임금 근로자는 사실상 서울 중위값 아파트를 살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집값 내리겠다'는 명확한 목소리 안 들리는 정치권, 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여론이 들썩이는 데도 불구하고 정작 정치권에선 명확하게 "집값을 내리겠다"고 정잭 목표를 밝힌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여야 할 것 없이 '투기수요 근절', '집값 안정' 등 추상적인 말만 내놓을 뿐, 특정 시점 또는 비율을 제시하며 집값을 되돌려 놓겠다는 주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3년 간 서울 아파트 상승기 동안 빚을 내 이미 오른 아파트를 구매한 이들, 이른바 '상투'를 잡은 사람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표심 눈치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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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개원연설에서 '투기억제', '집값 안정', '실수요자 보호', '주거 안정' 등은 언급했지만, 집값을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내리는 게 목표라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지난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부 급격히 상승한 지역은 가격이 (취임 초기 수준으로)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말한 게 전부다. 그러나 이마저도 문 대통령이 먼저 자신의 의사를 밝힌 게 아니라,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자세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 공식 발언에서도 집값을 내리겠다는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6‧17 대책 이후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급등세가 보이자, 이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파트 양도 차익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만 했다.
미래통합당은 집값 하락은커녕 오히려 '현상 유지'가 목표라고 못박았다. 당 부동산 정책의 지향점을 솔직하게 드러낸 셈이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당 차원의 정책 목표에 대해 "지금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진정시키는 게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것(현상유지)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이처럼 일제히 '집값 하향 조정' 목소리를 내는 데 인색한 것은, 유주택자들 표심을 고려해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가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자가보유율(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비율)은 54.1%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생애최초 주택' 마련 평균 연령은 39.1세로, 2018년 대비 0.3세 줄었다. 추가적인 집값 폭등을 우려해 30~40대를 중심으로 빚을 내 주택을 구매하는 추세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집값을 '현 정부 취임 초기인 2017년 중순'으로 또는 '현재 가격에서 15% 이상 낮추겠다'는 식의 발언을 할 경우 유주택자들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실현 여부는 차치하고, '집값을 내리겠다'는 목표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위에서 활동 중인 민주당 내 한 의원은 18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집 한 채 있는 분들은 집값 떨어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표를 먹고 사는 정당이 어떻게 '집값을 떨어뜨리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 할 수 있겠냐. 그건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내 한 부동산 전문가도 "어느 정책도 집값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잡을 순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집값을 내리면 금융권 부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오르는 걸 막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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