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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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전국 60개 인권단체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진보네트워크 등 60개 단체는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피해자가 가장 먼저 접한 공적 지원체계가 수사기관인데 박 전 시장에게 고소 사실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박 전 시장과 A씨 사이 발생한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 사회라는 공고한 위계적 조직구조에서 발생한 '공적 문제'"라면서 "시는 공무원 사회 전반을 돌아봐야 하며 이런 근본적 문제의식에서 진상조사 및 피해자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밝혔지만, 피해자의 호소가 수사절차와 규정 앞에 멈춰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의 호소를 왜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는지와 피해자가 처한 현실이 어떻게 4년 동안 지속했는지 돌아봐야 하고, 진상조사와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피해자 A씨를 모욕하고 비난하는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피해자를 겨냥한 2차 가해와 무분별한 신상털기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에 대해 언제든 말할 수 있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서도 역시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거나, 왜 이제 와서 폭로하느냐는 수준을 넘어 박 전 시장 사망의 책임을 되레 피해자에게 돌리는 등 2차 가해로 피해자를 궁지로 몰고 있다"며 "실과 정의를 바라는 피해자가 이 위력 앞에서 얼마나 두렵고, 절망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단체들은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누군가의 고통을 덮은 채 우리는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며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자리, 그 곁에 인권운동도 함께 하겠다. 보통의 일상과 안전한 삶이 온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당신의 옆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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