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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5살에 목검 휘두른 계부…숨진 아이 동생 "엄마·아빠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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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중앙일보

5세 의붓아들의 손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B씨가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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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폭력에 가정 깨지면서 비극 시작돼



2016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A씨(당시 21세·여)에게 손을 내민 건 B씨(당시 23세)였다. 어릴 적 아버지의 학대를 겪으며 자란 B씨는 A씨의 두 아이까지 돌보며 그의 이혼을 도왔다. 결국 남편과 갈라선 A씨는 그해 12월 B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B씨는 2017년 3월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됐다. 신고자는 A씨였다. A씨는 “B씨가 첫째 아들(당시 3세)을 폭행하고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면서 아이들은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A씨도 여성쉼터에 입소했지만, 한 달 만에 자진 퇴소를 택했다. B씨에게 돌아간 A씨는 같은 해 8월 그와 결혼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B씨는 아이들과의 접촉이 1년간 제한된 상태였다.



재혼한 남편과 생모가 3세 아동 학대



지난해 7월 A씨 부부는 보호시설에서 아이들을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대면 상담을 12회 했고 7차례에 걸쳐 부모교육도 받았다. 아동보호기관은 아이들을 주말 동안에 A씨 부부에게 보내 적응할 시간을 줬다. 당시 아이들은 “보육원에 가기 싫다”고 엄마에게 매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씨 부부가 부모교육을 지속해서 받는 등 사후 관리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잘 키우겠다”는 약속은 끝내 거짓말로



중앙일보

지난 2월 인천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5살 의붓아들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계부에 대한 '법정최고형' 선고를 호소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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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우겠다”며 아이들을 데려간 A씨 부부는 “지방에 있다” 등 이유로 아동보호기관의 연락을 피했다. 그러는 사이 A씨 부부의 아동들에 대한 학대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9월 B씨는 “훈육하겠다”며 첫째 아이에게 하루에 한 끼만 제공하거나 음식을 전혀 주지 않는 등 방치하고 목검으로 아이를 수백 차례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A씨는 남편이 목검을 달라고 할 때 목검을 찾아 건네고, 남편이 감금한 첫째 아이를 집에 두고 외출하는 등 방관했다. B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도 다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밥도 주지 않은 채 다른 방에 누워 휴대전화만 바라봤다.



아이들 학대한 계부, 방조한 생모



첫째 아이에게 머리 내부 혈액이 눈 주변으로 내려와 짙은 멍처럼 보이는 일명 ‘배트 사인’이 나타났지만 학대는 멈추지 않았다. 탈진한 아이는 지난해 9월 25일 오후 10시쯤 복부 손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아이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쳤다”고 했지만, 경찰 조사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 이어 A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A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고 피고인이지만 피해자로도 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재판부, 검찰 구형대로 무겁게 선고



중앙일보

인천지방법원 전경. 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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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A씨가 B씨의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3부(부장 고은설)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소극적이나마 B씨의 폭행을 몇 차례 제지한 점 ▶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던 중 B씨에게 의지하게 돼 그의 폭력과 아동학대를 감내하려다가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B씨의 폭력적 성향과 CCTV 감시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계부는 아동치사, 생모도 재혼 남편과 범행



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양형 기준을 고려하면 징역 2년 6월부터 징역 7년 2월까지 선고가 가능했다”면서 “검찰 구형량인 징역 5년을 그대로 선고한 것은 재판부가 A씨의 죄책이 무겁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B씨도 항소한 상태다. 현재 보육원에 있는 A씨의 둘째 아들은 보육일지에 ‘아빠가 괴물이 됐어요. 엄마도 괴물이 됐어요’라고 적는 등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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