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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6000명 과부촌 인도 브린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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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발길 잇는 힌두교 성지… 2000년된 악습 피해 몰려들어

[동아일보]
“너 혼례 올렸던 거 기억나니?” “아니.” “네 남편이 죽었어. 넌 이제 과부란다.” “응, 아빠. 그런데 언제까지?”

2010년 국내에서 개봉한 인도 영화 ‘아쉬람’에서 ‘조혼(早婚)’ 풍습으로 결혼했다가 신랑을 잃은 8세 딸과 아빠가 나누는 대화다. 영화는 남편을 잃은 뒤 모여 사는 과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8세 과부’부터 매춘으로 동거하는 ‘동료 과부’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18세 소녀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2000년 전 등장했으나 지금까지도 관습 속에 뿌리 깊게 남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마누법전으로 인해 구겨진 인생들이 가슴 저리게 펼쳐진다.

인도에서 과부들에 대한 열악한 인권 실태는 6000여 명의 과부들이 모여 사는 북부의 이른바 ‘과부촌’ 사례가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BBC는 24일 “인도가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과부촌 브린다반 마을을 소개했다.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이 마을은 대표적 힌두교 성지로 크리슈나 신의 고향이어서 힌두교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BBC는 “수십 년 전부터 이곳에 전국의 과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며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남편 잃은 여성들이 남은 인생을 신에 의탁하려고 하나둘씩 찾기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곳에 온 과부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노래하거나 구걸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그런데 이곳으로 오게 된 여성들은 과부에 대한 차별이 심한 벵골 주 출신이 많다는 점이 문제다. 인도에는 아내가 숨진 남편을 따라죽어야 한다는 악습인 ‘사티’가 아직도 남아있다. 여성은 남성의 부속물이란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사티는 1987년 법으로 금지됐지만 과부들에게는 여전히 ‘불길한(inauspicious) 존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아직도 남편이 죽으면 재산을 빼앗긴 뒤 마을에서 내쫓기거나 자녀에게마저 버림받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BBC는 “과거에 사티가 행해졌던 장소는 인기 성지가 됐다”며 “친척들이 남편이 죽은 여자를 강제로 화장해 신격화한 뒤 사원을 만들어 돈벌이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과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2년 브린다반 인근 강에서 자루에 담긴 과부의 시신이 발견된 뒤 과부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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