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전세만료 계약 앞둔 집주인들
“세입자 중에도 부자 많은데” 형평성 제기
일부 “전세금 올려받지 못하면 큰 손해”
정부가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놓은 가운데 12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6.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발표했다. 최고세율 6.0%는 현행 종부세 최고세율 3.2%의 약 두배로,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4.0%)보다 2.0%포인트 올랐다. 뉴스1 |
서울 서초구에 사는 40대 A씨는 최근 정부·여당의 ‘임대차 3법’ 추진 소식에 걱정이 많아졌다.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본인 소유의 집은 전세를 내놓고, 다른 집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조만간 전세계약이 끝난다. A씨는 “임대차 3법이 통과돼서 소급 적용되면, 세입자를 내보내기 어려워져서 내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까봐 고민”이라며 “세입자는 강남에 재건축 아파트도 갖고 있을 정도로 형편이 넉넉한데, 새로 법을 만들어서 이런 사람들까지 보호해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가 13일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골자로 한 ‘임대차 3법’ 추진과 관련해 소급 적용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모두 16건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마다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최소 4년 이상부터 무기한까지 세입자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임대료는 직전과 비교해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부·여당은 임대차 3법의 소급 적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임대차 3법이 적용된 이후의 신규 임대차계약은 물론, 아직 임대기간이 남아있는 기존 계약에 대해서도 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증액 제한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윤후덕 의원이 지난달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도 “이 법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하거나 갱신하는 임대차계약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배포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관련 주요 제기사항에 대한 설명’ 자료에서 기존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대책 등에 따라 세금이 늘어난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 전·월세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의 거주기간을 보장받고 있으며, 집주인이 거주를 방해하거나 강제로 내보내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임대차 3법 소급 적용 방침은 법 시행 직전에 미리 전세가격을 올려 받으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성격이다. 1989년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의무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될 당시 7개월여 만에 전세가격이 23% 폭등한 사례가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부동산대책 합동 브리핑에서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시 기존 계약에도 적용하도록 한 예가 있다”며 “이번에도 (소급 적용이) 반영된다면 세입자 부담 경감에 도움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안 등에 대한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중대본)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뉴시스 |
임대사업자들은 소급 적용 방침에 반발하는 기류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들의 불만이 가장 크다. 임대차 3법이 당정 방침대로 다음달 바로 시행될 경우 9월에 만료되는 전세계약도 세입자의 요청이 있으면 2년 더 연장될 수 있다. 당연히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도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대차 3법 소급 적용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10여건 개제됐다. 한 청원자는 “당초 세입자와 구두 합의를 거쳐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주다가 나중에 전세금을 올려받기로 했다”며 “임대차 3법이 소급 적용돼서 전세금을 올려받지 못하면, 잔금을 치르지 못해 신축 분양 아파트를 날릴 처지”라고 호소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