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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백선엽에 갈라진 광장…조화로 대신한 文 '조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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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조화가 1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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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빈소를 찾지 않았다. 대신 두 빈소에 똑같이 ‘대통령 문재인’ 명의의 조화를 보냈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대신 보내 조의를 표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박 시장과 백 장군 조문을 두고 갈라져 충돌하는 ‘조문 정국’에서 그 어느 쪽도 택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 지도자가 망자에게 예를 갖추는 방식은 그 자체로 정치적 메시지다. 그건 과거 정부도 그랬다.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북한에 보내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2010년 3월)과 연평도 포격 사건(2010년 11월)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북한을 향해 정부 조문단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강경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천영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북한과 관계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정부 조문단을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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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12월 14일 오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빈소를 방문해 청조 근정훈장을 서훈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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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2011년 12월)과 LG 창업 고문인 구평회 E1 명예회장(2012년 10월) 빈소를 찾았다. 조문 자체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메시지였다. 김효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정부의 기조가 기업인을 존중하자는 데 있었기 때문에 기업인의 빈소를 찾고 애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3일 뒤인 2014년 4월 29일 세월호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서 희생을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직접 현장을 찾아 조문한 건 세 차례다. 2018년 1월엔 밀양 화재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2019년 1월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조문했고, 그해 12월엔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항공대원 5명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해결과 “재난에서 안전할 권리”를 강조해왔는데 그런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대신 문 대통령은 2018년 6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별세했을 때는 조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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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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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이번에 박 시장과 백 장군을 조문하지 않은 것은 두 고인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계적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외형상으론 어느 한편에도 무게감을 싣지 않게 됐다. 격렬하게 대립하는 사회 갈등도 자연히 비껴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은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로 40년 인연이다. 하지만 성추행 의혹을 받는 상태에서 조문했다면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백 장군 역시 한국전쟁 영웅이지만, 친일 행적에 강하게 대립각을 세웠던 현 정부의 기조를 고려한다면 조화를 보내는 정도로 예를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중립으로 사실상 정부의 갈등 조정 기능은 스스로 무력화했다”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박 시장의 피해 호소인은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엄연히 현존하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사안의 중대성을 안이하게 판단했다. 현 정부의 철학인 ‘피해자 중심주의’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란 비판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피해 호소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헤아려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는 2차 가해를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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