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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경제칼럼] 한미 통화스와프 덕분에 외환위기 걱정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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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3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0원을 향해 치솟으며 위기에 근접하고 있었다. 3월 19일 미국과 통화스와프가 전격 체결되며 다행히 외환시장은 위기 국면을 벗어났다. 이후 달러당 1200원 선에서 어느 정도 안정됐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일부 변동성이 나타나며 불안한 국면을 보이지만, 가치 폭락이 나타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외환시장 안정에 큰 의미가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질 압력이 강하다고 생각되면 투기적인 원화 매도 수요가 발생해 원화가치 추가 하락 압력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원화가치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한미 통화스와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는 600억달러 규모지만 가능한 액수 전체를 외환시장에 공급하지는 않았다. 물론 공급된 달러가 환율 안정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금액을 실제 사용해서라기보다는 미국과 통화스와프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욱 의미 있게 작용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는 우리 이외에도 호주, 브라질, 덴마크, 멕시코, 뉴질랜드, 싱가포르,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와 유사하다. 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국가에 대해 미국이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시장 불안을 잠재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외환위기 경험이 있는 우리는 미국 이외 다양한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위기에 근접할 때 외환시장 안정에 강력한 효과를 지니는 핵심 방어막은 결국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였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확인됐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스와프는 기본적으로 유동성 지원이다. 즉,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달러를 외환시장에 공급해주는 개념이지 달러를 계속 들여올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실물경제가 건전한 외화 확보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되면서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는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제공할 수 있고 효과도 분명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단순히 해당 국가가 우호적이라고 해서 달러를 장기적으로 공급해준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국가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재정위기와 결합돼 나타나는 외환위기다.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은 떨어지면서 해당 국가가 대규모 외화표시부채 부담을 많이 안고 있을 때다. 이 경우에는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제공해 일시적인 외환 유동성을 제공해도 근본적인 채무불이행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 양호한 조건에서 미국이 달러 유동성을 제공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결국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에 강력한 효과를 지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전한 경제 운영을 통한 재정·외채관리가 담보되지 않으면 그 의미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매경이코노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7호 (2020.07.15~07.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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