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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노래의 탄생]세라 브라이트먼 ‘넬라 판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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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엔니오 모리코네의 별세 소식을 듣고 세라 브라이트먼의 노래 ‘넬라 판타지아’가 떠올랐다. 누구든 첫 소절만 들어도 “아, 그 노래” 할 정도로 유명하다.

“나는 환상 속에서 모두들/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봅니다/ 나는 떠다니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꿉니다.”

이 노래의 출발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화 <미션>이다. 1986년 제작된 영화로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엔니오 모리코네가 영화음악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인디언 부족과 맞닥뜨린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가 오보에를 꺼내 들고 연주하는 곡이다. 실제로는 세계적인 오보에 연주자 데이비드 애그뉴의 연주다. 지금도 잔인한 식인종으로 알려진 과라니족이 겨눈 화살 앞에서 침착하게 이 곡을 연주하던 가브리엘 신부의 간절한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라 브라이트먼은 ‘가브리엘의 오보에’에 반해 꼭 노래로 불러보고 싶었다. 주변에서 엔니오 모리코네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연주곡을 훼손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 사람을 총동원해서 간청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거의 3년을 매달린 끝에 모리코네가 ‘한 번 불러보라’고 허락했고, 녹음된 노래를 보냈더니 ‘예스’라는 답변이 왔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넬라 판타지아’가 1998년 내놓은 앨범 <에덴(Eden)>에 수록됐다. 그녀의 간절함이 모리코네의 연주곡을 명곡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국내에서도 가수들이 부를 때마다 화제가 됐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선보이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편 엔니오 모리코네는 55년간 주옥같은 영화음악을 많이 남겼지만 2016년이 돼서야 <헤이트풀8>의 음악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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