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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매경데스크] 일상으로 돌아가는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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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로 길고 긴 방학을 보냈던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이들의 학교는 예전의 그 학교가 아니다.

매일 등교 전에는 체온 등 건강 상태와 여행 여부 등 자가진단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하고, 교실에 들어가도 짝과 함께 앉지 못한다. 급식실에는 칸막이가 설치됐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고3이 아니면 학교에 매일 가는 것도 아니다. 격주로 등교하거나 일주일에 하루만 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많다.

코로나19 감염률이 정점을 찍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불안하다.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 늘면서 코로나19 2차 확산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봉쇄를 피하면서도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한 국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에 대한 외국 시선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모범사례라며 칭송하던 'K방역'의 '한계'에 주목하는 외신 보도도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새로운 집단 발병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상황은 경제 재개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계와 함께 보건방침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강점은 폭넓은 진단과 추적이었다.

2월 신천지 신도 9000명을 찾아내 검사하는 데 2주가 걸렸지만, 5월 쿠팡 물류센터 확진자 발생 때는 3000명을 검사하는 데 3일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의 추적 시스템을 자랑한다. 여기에는 CCTV, 신용카드·휴대전화 사용 등이 모두 동원된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추적과 진단 같은 대응만으로 2차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외신들 시각이다.

각국 정부가 속속 봉쇄를 풀고 경제 재개에 나서면서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경제 재개에는 필연적으로 사람 간 접촉이 뒤따른다. 사람들은 거리로, 해변으로, 식당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감염자 수는 7만명대로 늘었고,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1200만명을 넘어섰다. 목숨을 잃은 사람만도 55만명이다. 거대한 숫자 앞에 우리는 무감각해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신문 1면에 사망자 이름을 빼곡히 실었다. 신문 지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이름은 1000명의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사망자는 이 명단의 550배가 넘는다. NYT가 표현한 대로 '헤아릴 수 없는 손실(An Incalculable Loss)'이다.

우리가 무심히 넘기는 숫자에 가려진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다행이지만,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패권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가 판치는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인류애에 입각해 공평 배분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은 1차 유행을 극복하지 못한 단계에서의 재확산"이라며 "2차 유행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2차 팬데믹을 걱정하지만 사실은 1차 팬데믹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바이러스가 시작된 후 6개월 동안 똑같이 말하는 것이 고장 난 녹음기 같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 개입은 접촉자를 추적하고 격리시키는 것"이라며 "아직도 최악은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 말대로 아직 최악은 오지도 않았는지 모른다. 익숙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환상도 버려야 할지 모른다.

K방역으로 높아진 국가 위상과 국민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이은아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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