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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조하현칼럼] 내 집 마련 꿈 막는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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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혀 주택 구매 어려워져 / 세금으로 집값 상승 억제 못해 / 투기 못 막고 실수요자만 타격 / 땜질식 아닌 일관된 정책 절실

7·10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부동산 시장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 6·17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약 한 달 만에 추가 대책이 발표되었는데, 종합부동산세·양도세율·취득세율을 모두 인상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꺼내 들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최고세율이 6%까지 인상되었다.

정부는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오히려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하고 있으며,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투기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조하현 연세대 교수 경제학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요가 규제로 억누를 수 있는 정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출규제를 통해서 과도하게 수요를 틀어막으려 하자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좋은 지역의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적은 부동산에 대한 갭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 정책 결정권자들은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수요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끼고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매하고 이후에 집값이 상승하면 더 좋은 지역의 부동산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더 나은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이를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더욱이 갭투자를 일종의 비합법적인 방식으로 치부하고 억제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주택수요가 많은 지역들을 벤치마킹하여 학군이 좋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새로운 주택단지나 지역 등을 계속해서 공급하고 개발하여 수요를 적절히 분산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정책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강조해왔던 핀셋 규제의 한계가 도래한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무려 22번째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되었지만 오히려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고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현행처럼 투기수요가 몰린 것으로 판단된 지역에 집중적으로 규제를 가하게 된다면 주변 지역으로 투기수요가 옮겨가거나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상승하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 차라리 서울에 부동산을 사두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여 행동하니까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다.

결국 부동산 세금과 관련하여 강도 높은 추가 규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하여 항상 논란이 되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율을 활용하려 한다. 그러나 세금으로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역사적 사실이다. 부동산 세금을 높이면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세금 상승분은 주택가격에 반영되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조세전가’(tax transfer)라고 부른다. 주택처럼 만성적인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경우에 조세전가는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게 된다.

또한 규제지역 인근 지역의 집값이 오르거나 아예 규제지역과 무관했던 지역으로 투기수요가 몰려가는 등의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땜질식 처방으로 수많은 부동산대책을 양산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이다. 규제정책도 일관성이 있어야 시장이 신뢰하고 효과가 있는 것인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을 포착해 규제지역으로 선정하고 또 다른 지역이 급등하면 그 지역도 규제지역으로 선정하는 식의 대책은 사실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학원론에서도 기본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시장의 주체자들은 합리적이며 새로운 정보들을 반영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만큼 정부가 아무리 다양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수요가 폭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대책이 아닌 이상 투기수요로 인한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의 결정권자들은 다시 경제학의 기본으로 돌아가 수요와 공급에 대해서 신중하게 상기해보고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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