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故박원순 ’추모 우선’ 입장… “공과 구별해야” 기조대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故)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의 빈소를 조문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자격으로 12일 고위당정청 협의회를 마친 후 밤 9시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 장군의 빈소를 찾을 계획이다. 이 대표의 조문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 등이 동행한다.
앞서 이날 오전 먼저 빈소를 찾은 민 위원장은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국방위원장 입장에서 군의 원로였고, 6·25 전쟁에 공헌을 했던 점에서 애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을 고려해 “여러 가지 논란은 있었지만”이라고 말을 보탰다.
민주당 차원의 조문은 ‘공(功)은 공, 과(過)는 과대로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라는 당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 논란’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고인에 대한 추모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등 여권 정치인들은 ‘공은 공, 과는 과대로 평가해야 한다’며 성추행 의혹 언급은 삼간 채 추모에 집중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0일 취재진으로부터 고인의 성추행 의혹 관련 질문을 받자 “예의가 아니다”라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전날 김경수 경남지사는 “피해자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박 시장의 업적 또한 추모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백 장군 조문도 박 시장에 대한 ‘추모 우선’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언급 없이 추모에만 집중하자 일각에서는 박 시장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당이 이를 의식해 ‘공과 구별’이라는 기조에 따르고자, 백 장군의 빈소도 조문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서 육군 장병이 조화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조문을 했다. 다만 청와대는 박 시장과 백 장군에 대해 “청와대 차원에서 다른 입장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백 장군에 대한 조문은 통합당 등 보수 야권이 백 장관을 평가하는 기조와 일면 맥이 닿아있다. 지난 10일 향년 100세 일기로 별세한 백 장군은 6·25 전쟁 초기 국군 1사단장으로 다부동전투 승리를 이끌며 ‘전쟁 영웅’으로 불렸다. 하지만 해방 이전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이력으로 ‘친일 논란’을 겪었다.
친일 논란으로 인해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치를 놓고 여야는 극명한 입장차를 나타냈다. 통합당은 백 장군의 공적을 고려해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날 대한민국과 국군을 만든 구국의 전사를 서울현충원에 모시지 않으면 누구를 모셔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조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
합참 차장 출신 신원식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 관련해 “파렴치한 의혹과 맞물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치단체장은 대대적으로 추모하면서, 구국의 전쟁영웅에 대한 홀대는 도를 넘고 있다”며 “장례를 육군장이 아닌 국가장으로 격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예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백 장군의 한국전쟁 당시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친일 행적을 고려해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정의당은 친일 행적을 이유로 현충원 안장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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