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 폭등의 이면엔 홍수를 이룬 유동성 문제와 함께 고질적인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이 똬리를 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추락이 심각한 만큼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리는 게 어렵다면 특단의 공급대책으로 시장의 불안을 덜어내는 게 급선무다. 우리나라의 전체 주택보급률은 2018년 기준 104.2%이고 서울은 95.9%로 겉보기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적정 보급률로 여겨지는 110%에 미달한 데다 서울은 이에 크게 하회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인구 1천명당 주택 수는 전국 평균이 403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370채 안팎에 불과한데 400∼500채대 수준인 뉴욕이나 도쿄,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에 크게 못 미친다. 급격히 불어나는 1∼2인 가구, 주택 노후 심화에 따른 주거의 질 악화, 임대주택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다가구주택 등에서 새 아파트로 옮겨타려는 욕구 등으로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서울의 경우 자가주택보유율이 47%에 불과하다는 점도 집값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다.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여가구에서 내년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런 현실에서 주택보급이나 신규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입장은 다른 나라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내놔도 새집, 더 나은 환경에 대한 갈망을 억누를 수는 없고 이는 결국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7·10 대책이 공급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정부가 무주택자나 3040 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 늘려준 것은 잘한 일이다. 도심 고밀도 개발, 용적률 상향조정, 공공이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 추진 등 진일보한 공급대책을 제시한 것도 바람직했다. 다만 공급 확대의 경우 구체적 내용이 아직 없다. 부족한 서울지역 택지확보를 위해 여당 일각이나 전문가들이 제시한 그린벨트 해제나 재건축 규제 완화는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그린벨트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는 서울 도심의 공급난을 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완화 또는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를 부인한 것은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박약으로 시장에 비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는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주택공급확대 범정부 TF'를 구성해 근본적인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선입견을 털고 모든 정책 아이디어를 테이블 위에 올려 신속한 결론을 내야 한다. 코로나 사태 국면에서 나라를 뒤흔든 마스크 대란은 공적 통제와 압도적 공급확대로 진압됐다. 시장 논리는 마스크나 부동산이나 매한가지다. 정부는 부동산 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과 세제라는 수요 통제에만 매달렸는데 이젠 공급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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