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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피해자 두고 몇억 드는 시민장이라니”… 故박원순 장례 논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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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장(葬) 안돼, 가족장으로 치르라” 靑청원 동의 10만명 돌파

세계일보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사망 전날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여)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이날 페이스북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기로 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박원순 시장은 지금까지 보도된 것을 종합해보면 2017년부터 여비서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해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당하고 어제 9일 자괴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명을 마감해 10일 사체가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어 “서울시장으로 서울시 모든 직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임에도 권력을 이용하여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성추행을 하고 텔레그램 등으로 자신의 사진을 보내는 등 죄질이 좋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서울시는 피해자인 비서를 보호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그에게 지원과 보상을 해도 모자를 판에 몇억이 들지 모르는 5일 서울특별시 장례를 치르고, 시청 앞에 분향소를 만들어 시민 조문을 받는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쓸 돈과 지원인력이 있다면 전 직원을 보호하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그에게 보상해야 한다”며 “내 세금이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일에 쓰이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또 그는 “서울시는 당장 서울특별시장례를 취소하고 분향소 설치 계획을 취소하기 바란다”면서 “시민사회에서 기부금품법에 따라 통장 만들고 돈 걷어 시민사회 주도로 장례를 치르든 말든 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장 시민분향소는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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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상 교수 페이스북 캡처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피해자의 2차 가해를 걱정했다. 유 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에 “모두가 고인을 추모할 뿐, 피해 여성이 평생 안고 가게 될 고통은 말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고소가 사람을 죽인 것 같은 트라우마에 갇힐 것이 걱정된다”고 적었다. 이어 “무엇보다 앞으로 벌어질 광경 앞에서 외롭지 않기를 빈다.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 나 혼자라도 이 얘기는 꼭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의 장례는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으로 5일간 치러진다. 이에 반대하며 ‘서울특별시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에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청원인은 “박 시장의 죽음을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고 문제 제기했다. 이어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면서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동의 수 10만명을 넘었고,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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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전날(9일) 실종됐다 끝내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직 비서에게 지난 8일 성추행 등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이 된 박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을 알았는지, 피소와 그의 실종·죽음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은 채 해당 고소 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게 됐다.

이 가운데 여권 성향의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박 시장의 죽음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게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언론에 공개된 ‘2017년 비서 일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소 내용을 근거로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의 신원을 파악하려 하거나, 박 시장을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을 물으며 협박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2차 가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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