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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세금 폭격에 혼란스런 부동산 시장 "퇴로없이 압박, 숨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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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0일 다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부동산 세제 대책이 나왔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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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를 열어주지 않고 1억 세금을 내라고 하니 숨이 턱턱 막힌다.”

7ㆍ10 부동산 대책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은 사업가 김모(61)씨 얘기다. 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와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83㎡)를 보유한 2주택자다. 그가 내년에 낼 보유세는 9644만원으로 올해(4650만원)의 2배로 오른다. 김 씨는 “그야말로 세금 융단 폭격인데, 양도세 감면 혜택도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세금 코너에 몰린 다주택자, 증여로



6ㆍ17대책이 나온 지 보름여 만에 다시 나온 22번째 대책에 다주택자의 타격이 가장 크다. 종부세는 두배로 오르고, 양도세는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집을 보유하는 것도, 파는 것도 어렵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는 “다주택자에 대한 온갖 세금을 죄니 이참에 증여하자고 생각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6월부터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인상되면 최고 72%가 돼, 증여세 최고세율 50%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양 세무사는 “매매 시세차익이 큰 경우 당장 보유세를 줄이기 위해 증여를 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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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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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될 줄 알았으면 임대사업 등록 안 해”



혼란스러운 건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사업자도 마찬가지. 정부는 4년 단기 임대와 8년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예컨대 단기 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4년)이 지나면 더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임대의무 기간이 지나면 임대사업자 등록이 자동 말소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단순히 다주택자로 분류돼 종부세 합산 배제는 물론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사업가 양모(47)씨는 “정부 말만 믿고 한 건데 갑자기 투기꾼으로 몰아 (단기와 아파트) 임대사업자를 없앤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폐지되면 보유세 부담에 즉시 정리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제값 받고 팔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임대사업 폐지(다가구ㆍ다세대 제외)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온다. “등록 때 의무기간이 지나면 자동 말소된다는 조건은 없었다. 지금이라도 소송해야 한다”“3년 만에 세제 혜택이 폐지 될 줄 알았다면 임대사업등록 안 했다”“정부가 장려해 권한 제도인데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냐” 등이다.



"매물 잠김 해소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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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가 대책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끌어올려 ‘다주택을 보유하지 말고 팔라’는 메시지다. 과연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으로 매물 잠김이 해소되고, 집값은 안정세를 찾아갈까.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종부세율이나 양도세율 중과가 인상되는 게 내년 6월이기 때문에 당장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온갖 세금을 죄어놨기 때문에 매매시장은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보유세와 거래세가 동시에 무거워진 상황이라 버티기 수요에 의한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며 “일부 다주택자는 매각 대신 증여로 보유세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집값은 수요 억제책이 아닌 강력한 공급 대책이 나와야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책은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 빠져있다”며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게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현실적인 공급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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