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지원…개신교·천주교·원불교와도 소통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 조문하는 관계자들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생전 종교계와도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주요 시정 현안을 두고는 종교계 목소리를 경청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종교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여러 종단 중 불교계와 특히 인연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정 활동 탓인지 외면적으로는 종교 색채를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고교 때부터 불법(佛法)에 관심이 컸다고 한다. 실제 인권 변호사이자 시민활동가로서 일할 때는 불교 진영의 일을 많이 도왔다.
대표적으로는 1994년 대한불교조계종의 종단 개혁이 거론된다. 박 시장은 종단 개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제도개혁안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당시 종단 개혁에 참여했던 한 불교계 인사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박 시장이 종단 개혁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법률 자문을 해 주시고 한국 불교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논의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당시에는 함께 일할 사람도 소개해주셨다"며 "조계종이 오늘날까지 오는 데 있어서 1994년 종단 개혁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 대표 시절인 2007년에는 서울 강남권 대표 사찰인 봉은사의 자문기구인 '봉은사 미래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봉은사 미래위원회는 불교와 사회의 소통모델 개발, 봉은사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자문 역할을 했다.
그는 개신교 쪽과도 자주 만나 시정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서울시 '교회와 시청협의회(교시협)' 사무총장 황영복 목사는 이날 "박 시장은 개신교 신도가 아님에도 주일이면 여러 교회를 다니곤 했다"면서 "교회를 위해서 여러 가지를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교회에 관한 의견은 언제든지 얘기할 수 있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큰 어려움을 겪는 서울 시내 작은 교회에 방역물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시 교시협은 서울시와 지역 교회 간 협의체다. 25개 자치구 별로 있던 교회와 구청 협의회가 서울시 단위로 꾸려졌고, 교계 의견을 시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
황 목사는 박 시장이 과거 뉴타운 문제로 고민할 때 교시협 의견을 들어 정책에 반영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그는 "서울 시내 뉴타운이 34곳이 있는데, 원주민 정착률이 고작 15%에 불과했다"며 "교시협에서는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비율이 전체 50%가 넘으면 시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시장님이 이를 정책에 반영했다"고 기억했다.
박 시장은 시장 재직 동안 천주교 서울대교구도 여러 번 찾아 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했다.
그는 지난 5월 6일에는 염 추기경 등을 만나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원불교와 관계도 오래 이어져 왔다. 박 시장 재직 동안 원불교 교무들이 정책 자문 등을 하며 협력을 유지했다. 참여연대 창립 멤버였던 박 시장은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은덕문화원 이선종 교령과 친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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