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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코로나 사피엔스’ 시대상](2)일하는 방식 | 신규채용·회의는 유튜브·줌으로 성과 평가 바로 바로…OKR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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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일하는 방식을 확 바꿔놨다.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며 직원을 뽑는 과정부터 커뮤니케이션 방식, 물리적인 사무실 공간, 직원 평가 체제까지 모든 것이 이전과 달라졌다. ‘일’의 변화는 크게 채용 방식, 업무 방식, 평가 방식으로 영역을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매경이코노미

코로나19 여파로 파티션 등 직원 간 접촉을 줄이는 제품 판매량이 늘었다. 사진은 직원이 독립된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퍼시스 ‘스팟’. <퍼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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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변화 1. 채용 방식

▶언택트 대세·수시 전환 가속화

채용시장은 언택트 여파가 가장 큰 부문으로 꼽힌다. 대규모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각 채용 단계를 온라인으로 대체한 기업이 많다. 삼성과 포스코, SK, 롯데, CJ그룹 등은 취업설명회를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했다. 오프라인 대면면접 대신 화상면접 방식을 채택한 기업도 상당수다. 현대차그룹, LG전자, SK이노베이션,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등이 대표 사례다.

직무적성검사를 비대면으로 전환한 기업도 있다. 삼성그룹이다. 5월 직무적성검사 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준비도 탄탄히 했다. 삼성 직원이 본시험 전 커닝을 시도해보고 감독관이 이를 적발하는 연습을 했다. 또한 부정행위 적발 시 5년간 지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시험이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힘을 쏟았다. 7월 진행 예정인 삼성전자와 삼성SDI 고졸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대규모 공채 대신 수시채용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팬데믹으로 경기가 침체되며 많은 인원을 새로 채용하기 어려워진 영향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공개채용 제도를 폐지했다. 올해 1월에는 한화그룹이 대졸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3월 KT가 매년 두 번 열던 정기 공채를 폐지하는 대신 인턴직을 거친 뒤 정직원으로 고용하는 수시·인턴제를 도입했다. LG그룹은 하반기부터 기존 상·하반기 정기채용 제도를 폐지하고 연중 상시 선발 체제로 바꾼다. SK그룹 역시 올해부터 3년 동안 순차적으로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언택트 방식을 활용하면 수많은 지원자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평가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효율적이라 팬데믹 이후에도 언택트 방식 활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필요에 따라 소규모 인원을 채용하는 기업 역시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의 변화 2. 업무 방식

▶오픈 오피스 → 파티션 부활

업무를 볼 때도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는 방식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나 업무용 메신저 이용자가 늘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월 약 2만1000명에 불과했던 화상회의 솔루션 줌(Zoom) 월간순이용자수(MAU)는 5월 149만명으로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역시 같은 기간 MAU가 4만명에서 16만명으로, 시스코 웹엑스는 5600명에서 13만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토스랩이 만든 업무용 메신저 ‘잔디’가 돋보인다. MAU가 1월 4만5000명에서 5월 5만1000명으로 늘었다. 협업 툴 시장이 급성장하자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기업용 종합업무플랫폼 ‘카카오워크’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사기업뿐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도 비대면 솔루션 활용도가 높아졌다. 정부원격근무지원시스템(GVPN)을 활용하는 공무원 수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GVPN은 공무원이 국내외 출장을 가거나 재택근무를 할 때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GVPN 가입자 수는 1월 2만명에서 4월 9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GVPN 접속자 수는 9000여명에서 8만2000여명으로 급증했다. 화상회의 솔루션 ‘PC 영상회의’ 이용자 수 역시 1월 3만7000명에서 4월 15만600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대면 솔루션을 활용하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향후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간단한 의사결정은 비대면으로 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업무는 직접 만나 처리하는 방식이 유지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업무 공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간 기업들은 파티션(책상 사이 칸막이)을 낮추거나 없애 ‘오픈 오피스’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직원끼리 의견을 활발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수평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직원 간 접촉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사무용 가구 전문 브랜드 퍼시스는 지난 1분기 파티션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28% 늘었다고 밝혔다. 시스템 부스 ‘스팟’ 매출 역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스팟은 혼자, 혹은 소규모 인원이 독립된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부스다(사진 참조). 이외 사무용 가구업체 코아스는 비말 차단용 스크린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투명 아크릴판으로 만든 제품으로 책상에 설치하면 비말이 전파되는 것을 막아준다.

아예 사옥을 언택트로 설계하는 기업도 있다. 네이버다. 분당에 짓고 있는 제2사옥을 비대면 업무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우편물은 로봇이 배달하는 등 여타 오피스 건물에 비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날 일이 적다.

퍼시스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소통을 중시하며 각자의 업무 공간을 구분 짓지 않는 오픈 오피스를 구축하는 기업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리된 공간을 갖춘 오피스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의 변화 3. 평가 방식

▶OKR 도입해 발 빠르게 대응

비대면 업무 방식이 확산하고 경기 침체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임직원 평가 방식 역시 달라지는 추세다. 무엇보다 성과를 강조하는 문화가 빠르게 퍼진다.

한화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올해 초 새로운 성과관리체계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을 도입했다. OKR은 인텔과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주요 기업 대다수가 이용하는 방식이다. 국내 기업이 많이 쓰는 성과관리지표 KPI(핵심성과지표)는 연 단위로 평가하는 반면 OKR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분기 단위로 업무를 평가한다. 주기가 짧다 보니 빠르게 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 20% 증가’처럼 크고 추상적인 목표보다 ‘A프로젝트 진행 위한 투자 유치’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도 특징이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외에 NH투자증권이 최근 WM(자산관리)사업부 성과관리체계를 OKR로 바꿨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역시 성과 중심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공들이는 중이다. 6월 초 르네 코네베아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그룹 사장은 “그간은 물리적인 조직 개편에 힘써왔는데 앞으로 성과 중심 조직으로 변화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인사관리 책임자를 부사장으로 승격하고 인재 개발 부문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신경호 신임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를 통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춘 조직 체제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황훈진 아서디리틀코리아 부사장은 “국내외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온라인 솔루션 활용도가 늘며 누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근태 등 다른 요소보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6호 (2020.07.08~07.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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