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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한국일보 사설] '일하는 국회법' 무노동 유임금 오명 벗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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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총회장으로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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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9일 의원총회를 열어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다. 법안에 따르면 9월 정기국회와 여름, 겨울 휴회 기간을 제외하고 매달 임시국회를 연다. 본회의는 매달 2, 4주차 목요일로 못 박고, 상임위원회와 법안소위원회도 매달 4차례 개최를 의무로 했다.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했던 상임위와 소위 법안 심사도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요청으로 다수결로 가능해진다. 논란의 초점이던 법제사법위의 법안 체계, 자구 심사 권한도 폐지했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다시 심사하는 '상원' 역할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20대 국회 내내 논란이었다. 법사위 추가 심사는 오랜 전통이고 긍정적인 역할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회기마다 100건 안팎씩 법사위에서 폐기되는 것은 상식 밖이다. 법안 통과를 지연해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가는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도 헤아릴 수 없다. 이 기능을 의장 직속기관으로 옮겨간다면 여전히 법사위원장 자리에 미련을 두는 미래통합당이 시비 벌일 이유도 없어진다.

투쟁을 선언한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아 법안 심사가 뒷전이 되는 행태가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것은 지난 총선 결과가 증명한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를 봐도 21대 국회에 '경제활성화'보다 '일하는 국회'를 당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돌이켜보면 지난 국회의 일만도 아니다. 이번 법 개정이 선거 때만 고개를 숙인다, 세비만 받고 일 안 한다는 국회의원에 대한 오랜 불신을 씻을 계기가 돼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이 법을 "독재 고속도로" 운운하며 폄훼하고 있다. 부정적인 점만 부각시킨 주장이긴 하지만 거대여당이 자칫 이 법을 국회 전횡의 도구로 삼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이상은 만장일치를 통한 의사 결정이다. 지금까지 상임위나 소위 법안 심사에서 이 원칙을 존중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향후 시급한 민생 현안 관련 법안 등에서 전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다수결 원칙에 따라 법안 심의가 진행될 수 있겠지만 이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하는 국회'보다 '협치'를 기대하는 여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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