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리 시설 포착은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와중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미사일 개발을 한시도 쉬지 않았다는 의심을 짙게 한다. 이곳은 신리의 ICBM 조립 시설에서 14km, 강선의 우라늄농축시설에서 10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곳이 핵탄두 제조시설이라면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해 핵탄두에 장착한 뒤 ICBM에 탑재하는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핵무기 종합생산단지를 구축한 것과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핵탄두 장착 ICBM으로 미국을 겨냥하는 것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삼아왔다.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해 ICBM에 싣는다면 북핵 위협의 차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 본토를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는 주장도 더는 빈말이 아니라 세계 안보질서를 흔드는 당면한 실질적 위협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핵 위협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데도 정작 우리 정부의 대응 의지나 역량은 찾기 어렵다. 새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이 영변 핵단지와 일부 추가 시설만 폐기하면 비핵화가 이뤄질 것 같은 안이한 태도로 ‘스몰딜+α’를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재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평양 인근에 구축한 새로운 핵 벨트를 운영한다면 사실상 고철덩어리나 다름없다는 영변 핵시설을 해체해 봐야 또 하나의 폭파쇼에 불과할 것이다.
북한이 한미의 대화 제의를 외면하고 핵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11·3대선을 앞둔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핵미사일 완성 때까지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북한의 노림수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 중재에 매달리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 소식에도 핵무기 관련이 아닌 지원시설이라고 얘기하는 태도로는 국민의 안보 불안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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