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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분수대] 차를 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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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동현 산업1팀 차장


10년 된 자동차를 연말쯤 바꾸기로 했다. 아내와 이런저런 얘길 하던 중 “지금 차 바꾸면 내 인생 마지막 차지 뭐”라고 무심코 말했는데,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10년을 더 탄다 해도 50대 중반. 사실 인생 마지막 차까지는 아닌데 새 차를 사서 보험 들고 세금 내고, 애지중지하다가 행여 접촉사고라도 나면 전전긍긍할 생각을 하니 ‘차를 사야 하나’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사실 자동차 기자를 하면서 공유경제가 어떻고 너무 많은 정보를 들은 탓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차를 구입해 소유하고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재산이라 하기엔 감가상각도 너무 크다.

공유경제까진 아니더라도 리스나 장기렌트를 하면 수고를 덜 수 있다. 보험도 알아서 처리하고 기본 정비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차가 말썽을 피우기 시작하면 바꿔도 된다. 개인사업자가 아닌 이상 총비용에선 손해를 보겠지만 말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등장한 말이다.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잉여 재화를 줄여 환경도 보호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모빌리티 변혁에서 공유경제는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다. 필요할 때마다 빌려 타는 카셰어링이나 구독 모델도 등장했다. 대부분의 차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도시 환경에서 모두가 차를 소유하는 것보단 ‘지속 가능한’ 물량을 돌려 타는 게 효율적인 것도 맞다.

완성차 업체가 선보인 구독형 서비스는 지지부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심 차게 선보인 모빌리티 서비스들도 중단하거나 포기했다. 수요가 시장을 이끌어야 하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이상이, 기술의 발전이 시장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얼마나 수고로운가, 얼마나 내 지갑이 비는가다. 또박또박 할부금을 내자니 차량 유지·보수에 들어갈 노력이 아깝고, 감가상각으로 어차피 재산 가치도 크지 않겠지만 내 것도 안 될 차에 월 리스·렌탈료를 붓는 것도 아깝다. 거창한 모빌리티의 변혁보다 중요한 건 고객의 마음을 당기는 게 아닐까. 새 차 장만 고민은 아무래도 연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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