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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오늘의시선] 주택시장 근본 구조를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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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요관리정책 성공 힘들어 / 도심에 양질의 공공임대 늘려야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주택가격이 논란이다. 주택가격 불안정이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화들짝 놀란 정부·여당은 연일 부동산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수요관리정책에 집중해왔다. 그 효과에 대한 회의감에도 불구하고 수요억제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발표된 6·17 부동산대책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했다는 불만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꺼려왔던 조세정책까지 동원하면서 수요관리정책을 강화하려고 하지만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듯하다.

세계일보

원승연 명지대 교수 경영학


수요관리정책은 작금의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곧 저금리에 통화량 및 부동자금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에서 일정한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의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은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주택 수요는 단순히 투자 목적 때문에 증가한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주택보급률이 100% 넘는 상황에서 일부의 투기적 수요만 차단하면 주택가격 상승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주택이라는 것이 단일한 시장으로 묶을 수 없는 차별적 속성을 갖고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현재의 주택가격 상승에는 소득 증가 및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신규주택 수요가 그 근저에 존재한다. 따라서 주택 총량이 증가하더라도 그에 합당한 신규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이들 지역과 수요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현재의 주택이 이러한 실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공급되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주택공급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집중되었고, 양질의 신규주택 공급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므로 공급 부족을 간과하고 수요관리에 집착한 정책이 풍선효과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수요관리정책은 이미 높아진 주택가격에 더하여 주택구매비용을 높임으로써, 무주택자가 주택보유를 통해 주거서비스를 개선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결국 실수요에 맞는 주택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택가격 및 주거의 안정성은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주택공급을 확대할 것인가? 우리처럼 국토 면적이 크지 않고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된 북유럽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의 여러 나라도 경제력이 집중된 도심의 주택가격은 놀랄 정도로 상승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지 않은 것은 도심에 공급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주거서비스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강남 같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도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과감한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보유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구조전환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공공임대주택 정책은 다음과 같이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 임대주택은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되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임대주택을 일정 기간 경과 후 매각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지속적인 임대가 이루어지도록 운용체계를 개선하여,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임대주택 비율을 계속 높여야 한다.

다행히도 주택가격 상승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 저금리는 시장원리에 의해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체계를 개선하는 좋은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필자가 여러 연구자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저금리를 이용한 자금조달을 통해 별도의 재정부담 없이 도심지역에 국·공유지를 활용한 양질의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즉 지속성을 담보한 장기공공임대주택 운영체계의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벌써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4년째 접어들고 있다. 다주택자 고위공직자의 주택 처분이 국민의 마음을 달랠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주거복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실질적인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실사구시’의 정책이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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