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선수, 최 선수 유골함 앞에서 고개 떨궈
“진실 묵인해 미안…모든 피해자들에도 죄송”
최선수 유족 “사죄했으니 수사 성실히 받아라”
9일 오후 고(故) 최숙현 선수가 안치된 경북 성주의 한 사찰 추모관에서 최 선수의 전 직장 운동부 선배인 김모씨가 고인 앞에 사죄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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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소속 고(故)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같은 팀 김모 선수가 최 선수의 유골함이 안치된 납골당을 찾아가 사죄했다. 최 선수 유족들이 김 선수 측과의 만남을 거절하자 다른 방법으로 사죄의 뜻을 전한 것이다.
9일 경주시체육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김 선수는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과 함께 경북 성주군 삼광사추모공원 가족납골당을 찾았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최 선수의 유골함 앞에 선 김 선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글썽였다. 김 선수는 “진실을 묵인해 미안하다. 모든 피해자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8일 김 선수는 한 언론과 만나 폭행 사실을 털어놨다. 이후 제3자를 통해 최 선수 유족과 만나서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최 선수 아버지 최영희씨는 이를 거절했다. 최씨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도자와 동료의 폭행 및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는 경북의 한 사찰 추모관에 잠들어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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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수는 최 선수 사망 직후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최씨는 “숙현이 장례식에서도 가해자로 꼽힌 다른 사람은 다 오지 않았는데 김 선수 혼자 와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며 “그 자리에서 김 선수에게 ‘여기는 네가 올 자리가 아닌 것 같다.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고 나중에 다시 찾아온다면 용서를 할지 말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폭행 사실을 털어놓기 전인 6일까지만 해도 “폭언,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사죄할 것도, 그런 생각도 없는 것 같다”(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 질의)고 했었다. 이런 발언을 한 데 대해 김 선수는 “도저히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 선배의 잘못을 들추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선수가 최 선수가 안치된 납골당을 찾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최 선수의 친오빠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죄의 뜻을 전했으니 이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했으면 좋겠다”며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후 만남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는 우리 가족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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