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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낙연 “나는 지금도 주류라고 생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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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권주자 이낙연 인터뷰] “맞수 김부겸 당의 소중한 자산 / 역량 발휘할 기회 언젠가 올 것 / 지역주의 거론 시대 역행 우려 / 국민과 당원들은 이미 뛰어넘어 / 행복국가 만드는 것이 시대과제 / 코로나 조기 퇴치 및 안정화 시급”

세계일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9일 “제가 흔히 주류의 길을 걸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주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별로 없다”며 “제가 높은 사람이 됐다는 생각도 없고 때로는 이상하다 싶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계기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자평했다. 당 대표 경선 맞수인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해서는 “당의 소중한 자산이고 대한민국의 재목”이라면서 “그분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 오리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낙연을 지지하는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시대정신은 뭔가.

“우선은 ‘선도 국가’다. 선진국은 발전된 나라(Advanced country)를 말하고 선도국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나라(Leading country)를 말한다. 해외 석학 가운데는 코로나19 사태 대처 과정을 지켜보며 한국이 이제 선도 국가가 됐다고 한다. 또 하나는 ‘행복 국가’다.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게 복지 국가라면 행복 국가는 최저 생활에 건강과 안정감, 쾌적함, 소속감 등을 더 얹은 나라다. 우리나라가 자살률과 노인빈곤율, 교통사고 사망률, 산업재해 사망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행복 국가를 만들어가는 건 만만치 않다. 여러 분야에서 해외를 선도하며 ‘행복 국가’를 만들어가는 게 시대 과제라고 생각한다.”

-기자, 도지사, 총리, 국회의원 등을 거치며 순탄한 길만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가 순탄한 길을 걸은 건 순전히 운이다. 매번 편한 길을 찾아다닌 건 결코 아니다. 우선 성장기가 유복하지 않았다. 굶주리며 살아왔다. 기자가 된 건 순탄한 길을 선택해서가 아니다. 민주당 의원으로서 호남 국회의원이 본선에서 쉬운 건 사실이지만, 전남도지사 선거 도전은 그 당시에는 무모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8대 2로 제가 진다고 했는데 악전고투 끝에 이겼다. 저는 지금도 주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비칠 수 있다는 것은 저로서는 주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당 대표 경선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김부겸 전 의원이 이 의원을 ‘대세론과 지역주의를 등에 업은 인물’로 표현했다.

“지역주의에 대해선 국민과 당원이 이미 그것을 뛰어넘고 있다. 지역주의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이야기이고 시대를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일보

-‘이낙연 대세론’을 어떻게 보나. 최근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제가 대세 운운하는 것은 오만한 일이다. 총리 시절의 기억이 기대감을 낳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지지율 하락은) 최근 저에 대한 기대감의 조정도 있고 제가 문재인정부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본다.”

세계일보

-21대 국회가 거대 여당의 독주 속에 여야 협치가 실종됐다는 우려가 많다.

“대표가 되기 전에 그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 출마 선언을 한 날 말씀드린 것처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만나 배울 건 배우고 부탁할 건 부탁해서 협조를 얻겠다. 1985년 전두환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한다고 했을 때 제가 실명제를 연기할 것 같다는 보도를 특종했는데 그 취재원이 김 위원장이었다. 그런 인연을 이야기하며 부탁하고 함께 가겠다.”

세계일보

-총리 시절에는 ‘사이다 총리’로 불렸는데 최근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른 분들이 현안에 대해 말씀하면 정치인의 의견으로서 받아들여지는데 제가 이야기하면 그것이 정책화될 것처럼 받아들여져서 책임의 무게가 제게는 달리 느껴졌다. 또 당과의 관계를 생각해서였다. 제 의견이 당의 입장보다 크게 보도되는 건 당에 미안한 일이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하면서 극도로 말을 아꼈는데 이해해달라.”

세계일보

-코로나19 사태가 당 대표 경선 출마의 한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저는 효과적으로 코로나 국난에 대처할 수 있다. 첫째는 코로나19를 조기에 안정화 내지 퇴치해야 하고, 두번째는 그에 따른 경제 침체와 국민의 고통을 완화해야 한다. 세번째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신산업과 한국판 뉴딜을 돕기 위한 경제 입법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안전망 확충 등 사회 입법에 나서겠다.”

세계일보

-국회 내 대표적 ‘일본통’이었다. 꼬여 있는 일본과는 어떻게 관계를 풀어가야 할까.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북정책에 있어 미국의 협조를 얻는 데 일본이 방해해서 더 어려워졌다. 일본에 대단히 실망스럽지만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문제를 대처할 때는 ‘한방적 접근’과 ‘양방적 접근’이 있다. 한·일 양국의 기본적인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환부를 도려내거나 치료하는 양방적 접근만 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10월 국무총리로서 일본에 갔을 때 한방적 접근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막걸리 6병을 선물로 건넸다. 지금은 쉽지 않겠지만 적당한 시기가 온다면 국민 간 교류 등 한방적 접근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이귀전·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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