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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200년 전 링컨도 입었는데…‘아메리카 No.1’ 브룩스브라더스 파산보호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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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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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션지 에스콰이어 삽화|esquire.com 캡처


2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기성복의 역사’ 브룩스브라더스가 8일(현지시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에이브러햄 링컨부터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까지 ‘미국 대통령의 옷’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브룩스브라더스는 2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에도 살아남았지만, 코로나19의 높은 파고만큼은 넘지 못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브룩스브라더스는 이날 델라웨어주 법원에 연방파산법 제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브룩스브라더스는 북미 지역 200여개의 매장 가운데 사실상 운영 불가 수준인 50개 이상의 점포를 영구 폐쇄할 예정이다.

현재 부채 규모는 5억~10억 달러(약 6000억~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대변인은 CNBC방송에 “전략적 검토를 통해 코로나19가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매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브룩스브라더스는 1818년 헨리 샌즈 브룩스가 뉴욕 맨해튼에서 ‘H. & D.H 브룩스 & Co.’라는 이름으로 ‘맞춤복’사업을 시작한 이후, 아들인 브룩스 4형제가 경영을 맡으면서 1850년 현재의 브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이 바뀐 1850년을 출발점으로 삼더라도 리바이스(1853년), 루이뷔통(1854년), 버버리(1856년)보다도 오래 된 유서 깊은 종합 의류 브랜드다.

‘기성복’ 개념이 없던 시대에 옷을 만들기 시작한 이 회사는 1859년 최초로 남성 정장을 기성복으로 내놓았다.

셔츠 칼라의 끝을 단추로 여밀 수 있도록 만든 ‘버튼다운 셔츠’의 최초 개발 회사로도 유명하다.

사선 방향의 줄무늬 넥타이 ‘스트라이프 랩 타이’도 브룩스브라더스가 1902년 첫 출시한 이후 수많은 의류회사에서 ‘베낀’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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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브라더스의 대표적 아이템인 버튼다운셔츠와 스트라이프 렙 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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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브라더스의 ‘스트라이프 렙 타이’를 착용한 제니퍼 애니스톤을 커버 모델로 쓴 GQ


‘기성복의 역사’인 동시에 ‘아메리칸 클래식’ 의류의 상징으로 불리는 브룩스브라더스는 ‘미국 대통령의 브랜드’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미국의 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부터 시작해 현재 트럼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40명이 브룩스브라더스의 옷을 주요 행사에서 착용해 왔다.

특히 링컨, 케네디, 오바마, 트럼프는 ‘1월’에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브룩스브라더스에서 만든 코트를 입고 취임선서를 했다.

‘퍼스트레이디’가 취임식에서 흔히 선택하는 의류 브랜드는 ‘랄프 로렌’인데, 이 브랜드의 창업자 랄프 로렌도 청년 시절 브룩스브라더스의 뉴욕 매디슨 애비뉴점 매장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역사상 최대의 ‘슈퍼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기업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의류제조·유통업체들의 파산보호 신청이 여타 업종에 비해 두드러지게 잇따르고 있다.

급작스러운 이동제한령·봉쇄령으로 외출복 수요가 급감하고, 이에 따른 재고가 급증하면서 임대료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매장이 폭증하는 양상이다.

앞서 중저가 대표 브랜드 제이크루 그룹과 명품 백화점인 니만마커스, 중저가 백화점 체인 JC페니 등이 브룩스브라더스보다 먼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도 이 같은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브룩스브라더스는 202년의 오랜 역사와 ‘아메리칸 어패럴’ 업계에서 갖는 독보적 지위 때문에 미 의류업계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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