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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지게차로 물 가르고 나온 수영복 소년들…폭우도 뚫는 中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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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한학기 수업 날린 후베이성 수험생

대입시험 날 쏟아진 폭우로 학교 기숙사 침수

한국산 ‘두산’지게차에 실려 안전지대 나온 뒤

남학생은 수영복 입고 고사장 향하는 진풍경

안후이성, 폭우로 2000여 명 고사장 도착 못해

윈난성, 시험 중 지진 발생해 긴급 대피소동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만, 올해 중국에서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르는 학생들의 입에선 “이건 해도 너무 한다”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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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신안강 저수지가 쏟아지는 폭우에 8일 오전 9시를 기해 9개 수문을 모두 열자 물고기가 강물 위로 튀어 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의 고3 학생들은 연초 중국을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대로 등교도 못 한 채 한 학기를 날렸다. 또 코로나 때문에 당초 시험이 6월 7~9일에서 한 달 늦춰진 7월 7~8일 치러지게 됐는데 때맞춰 내린 폭우로 고사장도 못 가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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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의 신안강 저수지가 8일 오전 9개 수문을 모두 개방하자 물고기들이 천지사방으로 튀며 강 기슭까지 올라와 이를 잡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은 2002년까지 7월에 가오카오를 치렀다. 한데 홍수 빈발에 폭염으로 학생들 컨디션이 바닥이 되는 일이 잇따르자 2003년부터 시험 일자를 6월로 바꿨다. 올해는 코로나 탓에 다시 7월로 시험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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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의 신안강 저수지가 9개 수문을 모두 연 뒤 강 기슭에서는 한 근에 100위안 하는 고가의 팡터우 물고기를 쉽게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중국 환구망 캡처]



그러자 중국 각지에서 발생한 홍수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의 진앙인 후베이(湖北)성이 대표적이다. 황메이(黃梅)현 화닝(華寧)고교의 경우 학교 기숙사에 머무르던 500여 명의 수험생이 8일 오전 7시 학교가 침수되며 시험은커녕 구조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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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의 신안강 저수지가 8일 오전 수문을 개방한 뒤 엄청난 양의 큰 물고기들이 강 기슭에까지 튀어 오르자 시민들이 손쉽게 물고기를 잡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이날 새벽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학교가 수심 1.6m의 물바다가 된 것이다. 황메이현과 황강(黃岡)현의 경찰이 총출동해 한국산 ‘두산’ 지게차와 고무보트를 이용해 학생들을 모두 구조한 게 이날 오전 11시 30분이 다 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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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황메이현의 화닝고교 학생들이 8일 침수된 학교장에서 빠져 나온 뒤 아예 수영복을 입은 채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 펑몐신문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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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일부 학생들이 수영복을 입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진풍경마저 벌어졌다. 황메이현 따허(大河)진엔 8일 0시부터 6시까지 353mm의 폭우가 쏟아졌고, 다허진 위안산(袁山)촌의 경우엔 세 차례 산사태가 발생하며 9명이 매몰되고 40여 명이 대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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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황메이현의 화닝고교 수험생 500여 명이 8일 새벽 쏟아진 폭우로 학교 기숙사가 침수되며 고립되자 중국 경찰이 한국산 ‘두산’ 지게차를 동원해 학생들을 구조하고 있다. [중국 신경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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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인 7일엔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시의 서(歙)현에 5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며 2207명의 수험생이 가오카오를 보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갑자기 불어난 물로 서현의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며 고사장인 서현1고와 2고로 가는 길목이 막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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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황메이현의 화닝고교 기숙사에 고립됐던 대입 수험생500여 명이 8일 오전 지게차에 실린 채 물살을 헤치며 학교 밖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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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시작이 오전 9시인데 오전 10시가 넘어서도 수험생 2000여 명이 고사장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다. 중국 교육부는 이에 이날 보기로 했던 국어와 수학 시험을 9일 다시 치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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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황메이현의 화닝고교 기숙사에 고립됐던 대입 수험생 500여 명 중 일부 학생들이 8일 오전 지게차에 실려 학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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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학생들은 8일의 경우엔 아예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새벽 일찍 집을 나서 시험 두 시간 전에 고사장에 도착하는 생고생을 했다. 서현 2고 교장 판젠펑(潘劍鋒)은 학교가 침수될까 우려해 역시 학교에서 비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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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후이성 서현에선 고사장으로 향하는 길목이 폭우로 침수되자 130여 명의 민병을 동원해 부교를 설치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안전하게 고사장으로 향할 수 있게 하는 조치다. [중국 신경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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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명(明)대에 세워진 다리 두 곳도 홍수에 떠내려갔다. 1536년에 세워졌다는 길이 133m, 폭 15m의 전하이(鎭海)교가 물살에 휩쓸린 데 이어 1543년 건설된 러청(樂成)교 또한 주저앉고 말았다. 모두 중점 보호 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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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새벽 중국 후베이성 다허진에 쏟아진 353mm 폭우로 위안산촌에서 세 차례 산사태가 발생하며 9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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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云南)성 쿤밍(昆明)시 둥촨(東川)구에선 가오카오를 보던 수험생들이 지진에 놀라 대피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8일 오전 10시 39분 진도 4.2의 지진이 발생해 둥촨구의 유일한 고사장인 밍웨(明月)고교에서 시험을 치르던 학생 100여 명이 대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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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의 진앙이었던 중국 후베이성은 6월 들어 계속되는 폭우로 성내 1081개의 저수지가 범람 위기에 처한 가운데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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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이저우(貴州)성 안순(安順)시에선 수험생을 태운 버스가 지난 7일 호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망자 21명 중엔 학생이 다섯 명이었으며 이중엔 수험생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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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중국 구이저우성 안순시에서 버스가 호수로 추락해 대입 수험생을 포함한 승객 2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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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저장(浙江)성 신안(新安)강 저수지가 쏟아지는 폭우에 8일 오전 9시를 기해 9개 수문을 다 열자 한 근에 100위안을 호가하는 팡터우(膀頭) 물고기가 강물 위로 튀어 오르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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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중국 구이저우성 안순시에서 버스가 호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11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돼 생존자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16명 부상에 사망자는 21명이나 됐다. [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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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들어 중국 남부 지역과 장강 중하류 일대를 강타하고 있는 폭우는 10일부터는 중국 북부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중국 중앙기상청은 밝혔다. 이미 2000만 가까운 수재민을 내고서 말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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