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文 정부 '다주택자' 때리기에… 코너 몰린 고위공직자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월 공개한 재산내역 기준 / 홍남기 경제부총리 의왕·세종 ‘2채’ / 강경화 외교·박영선 중기장관 ‘3채’ / 시도지사 16명 중 4명 여러 채 보유 / 민주 180명 중 42명이 다주택 신고 / 김홍걸 3채 76억·박병석 2채 46억 / 金 “1채 내놔” 朴 “서초, 재개발 묶여”

세계일보

다주택 고위공무원·의원 규탄시위 참여연대 회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주택을 소유한 주거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거주 목적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1개월 안에 매각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문재인정부의 다주택자 옥죄기 와중에 다주택 고위공직자와 여당 의원들도 코너에 몰렸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19년 12월 31일 기준 정기 재산변동 사항을 보면 고위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장 등 재산이 공개된 중앙 부처 재직자 750명 중 약 3분의 1인 248명이 다주택자였다. 이들 중 2주택자가 196명이었고, 3주택자는 36명, 4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는 16명이었다.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된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을 집계한 결과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 명의로 경기도 의왕시에 6억1400만원 상당의 아파트와 세종시 나성동에 1억6100만원의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다. 홍 부총리 측은 세종의 분양권은 입주 전까지 팔 수 없는 상황으로 입주 후 팔겠다는 입장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주택,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2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올해 1월 2일 임기를 시작해 재산공개 대상에서는 빠졌으나 서울 광진구와 영등포구에 각각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보유 중이다.

광역지자체장 중에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제외한 16명의 광역단체장 중 4명이 다주택자였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아파트와 전남 함평의 단독주택을, 송철호 울산시장은 경북 영천 다가구주택과 울산 중구 아파트를, 이춘희 세종시장은 경기도 과천 아파트와 세종시 분양권을 각각 신고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경북 김천 단독주택과 서울 구로구 아파트를 보유했다.

민주당은 실태 조사를 통해 다주택 소유 의원들의 주택 처분을 독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4·15 총선 당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의원들에게 2년 내 처분한다는 서약서를 받은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총선에 당선됐던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180명 중 23에 이르는 42명이 후보 등록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주택을 여러 채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중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 의원은 6·17 부동산 대책 기준으로 21명에 이른다.

세계일보

서울 강남과 서초, 마포에 각 1채 주택을 보유한 김홍걸 의원의 주택 신고가액은 76억4700만원이었다. 국회의장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박병석 의원은 서울 서초와 대전 서구에 각 1채씩을 보유해 46억3513만을 신고했다. 임종성 의원은 서울 강남과 송파, 경기 광주와 하남 각 1채씩 4채의 주택을 신고했다. 5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 이개호 의원은 “5채 중 3채가 상속자산이었는데 2채는 지분을 포기했고 나머지 1채도 포기 절차를 밟고 있다”며 “나머지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으로 광주에 있는 가족 실거주용 1채만 남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해당 의원들은 최대한 주택을 처분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김홍걸 의원은 상속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는 기념관으로 활용할 계획이고, 다른 한 채는 부동산에 내놨지만,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병석 의장이 ‘월세’라고 해명했던 대전 아파트는 올해 자신의 아들에게 증여한 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 당시 시세는 1억700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성 의원 역시 모두 부동산에 내놓았지만, 거래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은 노영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결국 청주 아파트에 이어 서울 반포 아파트도 팔기로 했지만 “명분과 실리 모두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실장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포 아파트 매각 계획을 전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엄격히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실장은 청주 아파트가 팔렸다면서 “청와대 근무 비서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에게 1가구 1주택을 권고한 데 따른 스스로의 실천이었고 서울 소재 아파트에는 가족이 실거주하고 있는 점, 청주 소재 아파트는 주중대사·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년간 비워져 있던 점 등이 고려됐다”고 썼다. 이어 “그러나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세계일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도 노 실장에 대한 여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노 실장이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지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여권의 부동산 대책이 빛을 바랬다. 여론까지 들끓으면서 노 실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는 와중에 떠밀리듯 반포 아파트 매각 결정을 내놨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관련 기사에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듯하다”, “청주시 소재 아파트를 판 뒤 1채 소유자 신분으로 고가의 반포동 아파트를 파는 절세수법으로 각종 세금혜택을 받게 됐다”는 댓글이 붙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현아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2주택일 때 싼 주택(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파는 것도 절세 전략이긴 하다”며 “혹시 집 두 채 다 처분하시고 무주택자 자격으로 청약하려는 건 아니죠. 청약시장이 로또 같긴 하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빠른 결심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건지시기 바란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노 실장 외에도 다주택 청와대 참모들은 집을 팔고 있다. 하지만 일부 참모들은 “일방적 매각 권고에 응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제한으로 실제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참모들도 있다. 정치권에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를 가진 김조원 민정수석을 주목하고 있다. 공직 기강을 책임진 김 수석의 상징성 때문이다.

세계일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희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통합당 “국민 원하는 곳에 주택 공급 늘려야”

미래통합당은 여권의 아픈 손가락인 부동산 문제를 연일 건드리고 있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경제혁신위원장인 윤희숙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현 정부가 참여정부 때 부동산 정책을 15년이 지난 지금 그대로 썼고 결과는 역사적 실패라 불릴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졌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으로 통합당 내 경제통으로 꼽힌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이유에 대해 “주로 대출과 금융수단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고 분양가 상한가를 매겨 억제하는 등 수요억제책을 쓰기 때문”이라며 “그로 인해 일부 선호 지역에서 공급이 모자라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생기도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문재인 대통령,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이 분들께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남아 있지 않다. ‘본인의 부동산 문제 해법’을 국민 앞에 제시해주시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통합당은 이번 주 내로 주택부동산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귀전·곽은산·박현준·장혜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