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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절충안 거부한 秋 법무, 尹 거부 땐 감찰 카드 꺼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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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추미애·윤석열 / 벼랑 몰린 尹, 선택지 다시 원점 / 秋 “9일 오전 10시까지 답하라” / 秋, 계속 정면충돌 치달을 땐 결단 / 감찰·직무정지 등 조치 취할 듯 / 법조계 “秋, 이성윤에 힘 실어줘”

세계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장고 끝에 빼든 ‘서울고검장에 의한 독립적 수사본부 설치’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칼에 거부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윤 총장의 선택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수사본부 구성을 포기하고 애초 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계속 수사를 진행하게 하며 지휘권을 포기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정면으로 맞서는 길이다.

윤 총장이 밤 사이에 재수정안을 내놓거나 정면으로 맞선다면 추 장관의 결심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징계위 소집, 직무정지, 구본선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의 조치가 연쇄적으로 취해질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상황이다.

추 장관의 거듭된 압박 속에 윤 총장은 8일 “김영대 서울고검장에 의한 독립적 수사본부 설치”를 건의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 이후 검찰 안팎에서 제시되던 방안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 이후 검사장들은 회의에서 윤 총장을 이 사건 수사에서 배제하는 대신, 특임검사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 “검사들은 현 수사팀이 불공정한 수사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며 “특임검사에게 수사권을 넘기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별도의 특임검사를 절충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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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고검장이 윤 총장이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사법연수원 1기수 선배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건의에 법조계에서는 ‘검사장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추 장관이 우려하는 공정성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윤 총장의 제안은 “기존 수사팀의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라”는 추 장관의 지휘를 문언 그대로 따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예상대로 법무부는 대검의 입장이 나온 지 1시간 40분 만에 “이는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추 장관은 앞서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논의해 보기 위해 요청한 검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고 지휘서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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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이성윤 지검장. 뉴스1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이 중앙지검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이 지검장은 지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과 마찰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이 지검장은 검찰국장, 한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자리에 있었다. 이 지검장은 한 검사장에게 “조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참 수사가 진행 중이던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을 ‘패싱’해야 한다는 주장이었기 때문에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이 유쾌할 리 없었다. 한 검사장은 이를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이후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급격히 틀어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을 제외한 수사팀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느냐’는 질문에 한 검사장은 “그런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이 지검장은 결국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이제 윤 총장에게 남은 것은 지시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9일 오전 10시까지 내놓거나 추 장관이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안을 가져와야 한다. 추 장관의 데드라인까지 윤 총장이 답을 하지 못한다면 법무부는 윤 총장을 대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검찰총장을 향한 감찰에 나설 수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에 나서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법무부는 공석이던 감찰관 자리에 류혁 감찰관을 임명하기도 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감찰’이 아닌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추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총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구본선 대검차장이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구 차장은 추 장관이 단행한 1·8인사 당시 윤 총장이 선택한 강남일 대검차장을 밀어내고 이 자리에 오른 검사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이 낸 의견을 추 장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초유의 일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9일 10시까지 답을 달라는 것이었으니 대검에서 추가 입장이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지만 대검은 “예정된 입장 표명은 없다”고 설명한 상태다.

한편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모(35) 전 채널A 기자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필재·김청윤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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