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도 워킹그룹 비판 인지…"남북협력, 한반도 안정화에 중요"
비건 "내 상대는 누구" 답답함 토로…트럼프, 3차 북미정상회담 언급 '주목'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참석하는 이도훈-비건 |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이 8일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한미워킹그룹 운영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도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발목을 잡고 있다는 국내 일각의 비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앞으로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한미 간 협의가 과거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외교부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 뒤 회견에서 "미국은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우리는 남북협력이 한반도에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과 남북협력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일각에서 한미 간 대북 공조 협의체인 한미워킹그룹으로 인해 남북협력사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미국이 앞으로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등을 논할 때 보다 유연하게 나올 것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비건 부장관도 지난달 이도훈 본부장과의 회동 등을 통해 워킹그룹 운영에 대한 한국 측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놓은 발언이라는 점도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 이날 협의에서는 한국 정부가 진행하고자 하는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며 비건 부장관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남북협력사업을 지지한다'는 비건 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에 언급했던,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남북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협력사업을 지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방역협력, 철도·도로 연결사업,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북한 개별관광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의 대화 거부로 남북협력사업 추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워킹그룹 개선방안은 이날 협의에서 주요 안건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비건 |
한미 간 논의는 보다 더 큰 틀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다시 끌어오는 방안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본부장은 북핵수석대표 협의 뒤 "조속한 시일 내에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그런 방도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부정적인 태도로 당장은 쉽지 않음을 인식하고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비건 부장관은 최근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 등을 통해 "미국과 마주 앉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확실히 말하지만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회견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 제1부상에 대해 "무엇이 가능한지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집중한다"며 이례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비건 부장관은 무엇보다 작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자신과 대화할 협상 상대조차 통보하지 않은 점에 답답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할 준비가 된, 권한이 있는 카운터파트를 임명하는 순간 우리도 (대화할) 준비가 됐음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이도훈 본부장과 조찬 협의 때도 "도대체 내 카운트파트(협상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도 미국과의 비핵화대화 거부 입장을 수차례 확언하고 있는데다 미국도 당장 북한을 설득할 획기적인 제안을 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가 다시 마주 앉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변수는 재선 레이스에 내세울 외교적 업적을 이루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 '그레이TV'와 인터뷰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도 물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와는 달리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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