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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무책임, 경악, 궁색"…'대북정책' 쓴소리 쏟아낸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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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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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창립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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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여권 외교통일 전문가 그룹을 향해 주한미군 철수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무책임한 발언을 한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과의 종전 선언에 "크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주도 '국회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창립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꼭 50년을 외교에 몸담았는데 지금처럼 국내외적으로 어지럽고 혼선을 겪는 때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와 WHO(세계보건기구) 탈퇴 등으로 다자주의 국제사회 질서에 균열이 일어난 점,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등으로 외교 안보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조치를 두고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서 참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남북 간에) 상호존중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너무 일방적으로 북한 입장 이해하려 옹호하려 하면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상황밖에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때 모든 국민이 환호하고 기대하고 전세계가 박수쳤는데 표면적으로는 가히 역사적"이라며 "결과적으로 보면 역대정부와 다를 바가 없게 됐다"고도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은 "어찌 보면 전략적 지위가 더 궁색해졌는데 왜 그런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대북정책의 명암을 차분하면서도 냉철하게 되돌아보며 현 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활용할 때"라고 조언했다.

또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국면이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는 상황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념 편향과 진영 논리는 마땅히 배제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대통령 주변 여권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에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에는 "종전선언에 북한이 움직일 리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전날 통일부장관 출신 원로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가 미국을 섭섭하게 하고 방위비분담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주한미군은 절대 철수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도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런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민족 문제로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비핵화는) '우리민족끼리'에 중점을 둘 때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 이건 민족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적 동맹을 경시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미국 대선 결과를 주목하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미국도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것이다. 북한도 신뢰를 두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 일각에서 한미동맹에 바람직하지 않은 언급은 삼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에 대해서는 북미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 전 총장은 "비건 대표가 온다고 발표됐을 때 이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과 마주앉을 일은 없다'고 했다"며 "북한이 11월 미국 대선 등 여러 정세를 꿰뚫고 있어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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