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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최숙현 사건’ 가해자 최종 징계처분, 체육회로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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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협회, 가혹행위 감독·주장 ‘영구제명’ / 소명 과정 혐의 사실 완강히 부인 / 상급기관에 재심 청구 가능성 높아 / 檢 수사 고려 이의 제기 나설 듯 / 과거 솜방망이 처벌 사례 잇따라 / “제식구 감싸기 여전”… 결과 주목

세계일보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 공정위에서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 선배 장모씨가 영구제명되고, 김모씨가 10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뉴시스


체육계에서 영구제명은 단일 종목 차원에서 내려지는 가장 무거운 징계다. 선수 자격은 물론 향후 지도자 생활까지 영원히 금지돼 사실상 해당 종목의 생태계에서 퇴출당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감독과 선배들의 폭행 속 세상을 버린 고 최숙현 선수의 가족은 지난 6일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김규봉 감독과 장모 선배가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안도했다. 이들과 함께 공정위에 회부된 김모 선배도 사실상 영구징계에 준하는 10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귀한 딸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 최영희씨는 “정말 다행이다. 증언해 준 선수들이 고맙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규정상 이들에게 재심의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 등은 협회로부터 징계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안영주 위원장도 결정문 발표 뒤 “이들은 불복할 권리가 있고, 이에 대해 안내를 했다. 협회 공정위에 다시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청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가해자 3명 모두 혐의를 소명하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영구제명이 향후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최 선수가 이들을 고소한 사건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상황에서 법률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도 재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재심은 이미 영구제명 처분을 받은 협회 공정위가 아닌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로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처분의 책임은 자연스럽게 대한체육회로 넘어가게 됐다. 대한체육회가 재심에서 이들의 제명 처분을 확정해야 가해자들을 체육계에서 퇴출할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대한체육회가 재심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난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에는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선수를 수차례 추행해 영구제명된 감독이 감경된 사례 등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앞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라고 약속했고, 지난해 정종선 전 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의 횡령 및 학부모 성폭력 의혹 등 일부 관심도 높은 사건은 영구제명 관련 재심이 기각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은 남아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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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죽은 뒤에야…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대한철인3종협회 사무실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앞서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모씨를 영구제명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에 따라 향후 있을 체육회 재심에 눈길이 쏠린다. 자칫 감경 등이 이루어질 경우 여론의 비판이 대한체육회로 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폭행 사건 등을 비롯해 체육계에서 폭행 및 성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체육회가 “이번만큼은 뿌리 뽑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번번이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과연 자정 의지가 있는지까지 의심 받는 상황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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