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주재 대책회의 참석자 ‘법무부 과장→대검 과장’ 정정 해프닝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지휘를 놓고 갈등하는 와중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가 도외시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찰에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성역없는’ 조사를 지시한 만큼 법무부와 대검 모두 이 사건 수사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철인3종경기 선수 인권침해 관련 조치 및 향후 계획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경찰청 차장,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조사단 단장 등 외에 ‘법무부 형사2과장’이 참석한 것으로 처음에 보도됐다.
이에 “법무부에는 ‘형사기획과’라는 기구는 있어도 ‘형사2과’는 없는데 도대체 누가 참석했다는 것이냐” 하는 의문이 빗발치자 이후 참석자가 ‘대검 형사2과장’으로 정정됐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사안인데 관계당국은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부·대검을 대표해 누가 참석했는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참석자의 ‘급’도 우려를 자아낸다. 문체부와 여가부는 장관이, 경찰청은 차장이, 그리고 인권위는 스포츠인권조사단장이 각각 회의에 참석한 반면 법무부·대검은 실무자인 대검 과장(부장검사급)이 자리를 지켰다. 이 사안을 대하는 법무부·대검의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최 선수 아버지는 올해 2월 6일 경주시청에 딸이 당한 폭행·폭언 등 가혹행위 내용을 신고했다. 최 선수가 경주시청팀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3월에는 최 선수와 가족이 경찰과 검찰, 4월에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6월에는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차례로 피해를 호소했다.
고 최숙현 선수가 보낸 마지막 문자에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돼 있다. SNS 캡처 |
하지만 최 선수에게 ‘가해 혐의자가 처벌받고, 자신은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준 기관이나 단체는 없었다. 결국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를 보내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피해자가 경찰과 협회, 대한체육회, 경주시청 등을 찾았으나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상 전방위 조사를 지시한 셈이다.
전날(6일) 이 사건을 수사할 특별수사팀을 꾸린 대구지검은 수사 대상이 전면 확대할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 부장검사(양선순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가 맡고 있는 수사팀장 직급을 올리는 등 인력 증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작 법무부나 대검에선 책임있는 기관장으로부터 ‘최 선수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 표명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최 선수 관련 사건의 엄중한 수사’ 대신 ‘수사지휘에 빨리 응하라’는 메시지만 보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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